美·中 스트롱맨 ‘리턴매치’…韓 기업들 생존 갈림길

트럼프, 中 시진핑과 2차 무역전쟁 예고
중국 겨냥 60% 고율 관세 예고 ‘으름장’
삼성·SK, 中 반도체공장 미칠 영향 촉각
석유화학 업계 트럼프 1기 때 적자 경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관세 등 통상 정책을 둘러싸고 또 다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챗GPT로 제작]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보다 더욱 강력한 대중국 견제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018년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를 당긴 장본인이다. 당시 ‘맞수’였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시 조우하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양국 스트롱맨의 두 번째 ‘빅매치’는 수입품 관세부터 첨단산업 주도권, 자원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4년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트럼프 1기 때 미·중 무역전쟁의 홍역을 치렀던 우리 기업들은 긴장 모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2차 관세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나라 수출액이 최대 150억달러(약 21조8200억원)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이 생산거점 역할이 안 돼 철수할 수는 있어도 시장이 아직 크기 때문에 전부 포기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상황에 따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고, 투자한 걸 회수해 다른 곳으로 돌릴 수도 있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또는 안 한다’로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美 ‘중국 반도체 옥죄기’…삼성·SK, 수출·생산 여파 촉각=무엇보다 우리 수출과 경제 전반에 걸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임기 막판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를 미국 기업과의 거래금지 대상에 올리고,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반도체 부품 조달을 틀어막으며 제재에 열을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2022년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및 장비 수출을 통제하며 ‘중국 때리기’를 이어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첨단 반도체 산업을 넘보는 중국의 야욕을 누르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가 중국의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기술력 성장을 억제해 우리 기업들에게 호재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었지만 미국의 전방위 규제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미국은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대만 등 우방국 기업들도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국을 겨냥해 보다 적극적인 대중 수출통제 동참을 요구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판로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평가된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일부 저사양의 HBM을 중국에 수출해왔으나 이를 차단한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겨냥해 어떤 판단을 내릴 지도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낸드)과 수저우(패키징)에, SK하이닉스는 우시(D램)와 다롄(낸드), 충칭(패키징)에 공장을 두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2023년 바이든 정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돼 대중 수출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덕분에 중국 공장에 반도체 생산장비를 반입해 라인을 가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이를 박탈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경우 중국 내 생산활동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은 우리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시설 운영 시한을 최대한 연장하기 위한 미국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1기 때 데였던 석유화학 업계도 긴장=석유화학 업계도 미·중 갈등에 따른 충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경기가 침체될 경우 중국 내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인 만큼 한국 기업들이 받게 될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트럼프 1기 시절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2019년 당시 LG화학 영업이익은 8956억원으로 전년 대비 60.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 영업이익은 43.1% 줄어든 1조1073억원에 머물렀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실적 감소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유휴자산 매각을 추진할 정도다. 악재가 있는 상황 속에서 미·중 갈등이라는 또 다른 리스크가 발생할 시 석유화학 업체들은 당분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정유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정유 제품 수요가 감소하면 정유사 수익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정유 제품에서 원재료 가격 등 제외한 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정유업계와 달리 조선업계는 그나마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될 경우 조선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이 자국 해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 조선사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미국의 러브콜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또 다른 우방국인 일본도 조선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선박 건조능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 HD현대는 일찌감치 미국 시장 진출 준비를 마쳤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이미 미국 군수지원함·급유함 등 총 2건의 MRO(유지·보수·정비)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애널리스트들과의 간담회에서 “올해는 2∼3척 정도의 (미국 MRO) 시범 사업 참여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현일·한영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