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진·핵심기술진·노조, 하나로 뭉쳐 적대적 M&A 막을 것”…37년 무분규 임단협도 재조명

고려아연 CI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경영진·핵심기술진·노동조합의 단결된 힘으로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20일 밝혔다. 지난 37년 동안 노사가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어오면서 쌓은 상호 간 신뢰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고려아연과 제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노조는 지난해 9월 MBK·영풍 측이 기습 공개매수를 개시하자 곧장 서울로 올라와 집회를 열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후 노조는 국정감사가 열린 대전역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직접 국회를 찾아가 MBK의 적대적 M&A 중지 촉구 건의서를 전달하는 등 이번 사태에서 눈에 띄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근에는 대국민 성명서를 통해 MBK·영풍 측의 적대적 M&A에 다시 한 번 반대하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당시 노조 측은 “MBK파트너스·영풍의 적대적 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총파업 등 모든 방법으로 회사를 지킬 것”이라며 “투기 자본과 실패한 기업이 기습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어 임직원들과 근로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이 더 이상 투기적 사모펀드의 이익 회수를 위한 수단으로 희생돼서는 안 된다”며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저지하고 회사를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측은 “노조가 이처럼 적대적 M&A에 강하게 반발하며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비철금속 세계1위에 오르는 데까지 본인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자긍심과 함께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경영성과를 공유하고, 상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신뢰의 노사관계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진단했다.

고려아연 노사는 50년을 맞아 지난해 7월 2024년도 임금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하며, 37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 위원장은 이와 관련 “오랜 기간 파업 없이 무분규로 노사 협상을 타결해 올 수 있었던 건 일단 서로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태도를 가졌기 때문”이라며 “회사가 성과를 내고, 이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큰 전제는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고려아연의 안정적인 노사 관계는 99분기 연속 흑자 경영의 밑거름이 됐으며, 100분기 연속 흑자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가운데 직원들의 근로 환경 개선과 복지 증진을 위한 노사 간 소통이 원활히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로 고려아연은 법적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2013년 이전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통한 선제적인 정년연장을 진행한 바 있다.

2013년 국회를 통과한 ‘60세 정년제’는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도입됐으나, 고려아연은 이를 국회 통과 이전부터 전 사업장에 적용했다.

여기에 추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과 성과급을 기본급화하는 작업도 모두 법제화 전 노사협의를 통해 시행했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생산직 직원에 대한 4조 2교대 근무 방식 도입을 정식으로 도입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근무제도 개편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과 젊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반영됐다”며 “근무 일수 감소를 통해 개인 여가 시간 증대 및 자기 계발의 기회가 늘어나 직원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서도 교대 횟수 감소로 교대 시간과 출퇴근 시간의 절약이 가능하다”며 “업무 연속성을 유지해 안정적인 공장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일부 기업들의 경우 사택을 축소하거나 없애는 분위기 속에서도 추가로 신규 사택 건립을 진행하는 등 직원들의 주거 걱정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아연 측은 “최창걸 명예회장을 필두로 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은 물론이고, 현 최윤범 회장도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고려아연 노조원들과의 상생과 화합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경영진은 노사 화합과 상생의 정신에 입각해 노사 간 갈등과 대립이 발생할 요소가 있어도 이를 피하지 않고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 나갈 방침이며,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100년 무분규 기업을 만들어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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