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7년 연속 최대, 흑자 규모 5년 연속 증가…자동차 수출 많아
KIEP “보편관세 20%·對中관세 60% 부과시, 韓 수출액 65조원 감소”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하면서 대한민국 수출전선은 초비상 모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를 수차례 강조한 가운데 지난해 역대급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우리나라도 보편관세 압박 공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진단 때문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해 수출입 동향(통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의 대미 수출은 1278억달러로 전년 대비 10.5%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의 대미 수출은 1984년 처음 100억달러를 넘겼다. 1988년 200억달러, 2000년 300억달러, 2011년 500억달러를 차례로 돌파한 데 이어 2022년에는 1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특히 대미 수출은 2018년(727억달러)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이 같은 수출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444억달러)보다 25% 불어난 557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에서 1998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5년간 흑자 규모는 2020년 166억달러,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 2023년 444억달러, 2024년 557억달러로 매년 불어나고 있다.
또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까지 미국의 적자국 가운데 14위였지만, 이후 꾸준히 수출이 늘면서 작년 1∼8월 기준으로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미국의 8위 적자국에 올랐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무역 적자 해소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저가 제품 공세로 시장을 교란한다는 명문으로 중국산 수입품에는 60%까지 고율 관세를 매기고, 다른 나라 상품에도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실제로 취임과 동시에 1974년 도입된 미 무역법 제122조를 근거로 15% 보편관세를 일괄적으로 모든 나라에 부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와 달러가치 급락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일시적인 관세 인상 또는 수입 제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최장 150일간 최대 15% 관세 인상 또는 수입량 제한을 설정할 수 있다.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편관세 20%와 대중국 관세 60%를 부과할 때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관세 10%, 중국에 관세 60%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9.3%까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관세 10%를 부과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나라에 관세 20%를 부과할 경우에는 수출이 1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 대미 수출 주력 종목인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자동차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342억달러를 기록해 전체 대미 수출의 26.8%를 담당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전체 대미 흑자의 약 60%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대미 수출 증가가 ‘투자 유발형’이라는 점을 적극 설명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섰는데, 이에 따른 기계·설비 반입 등도 수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상반기 신규 공장 건설과 관련된 기타 기계류 대미 수출이 15억달러로 작년보다 239.4% 크게 증가했다. 이는 투자 유발형 대미 수출이 늘어난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그간 고금리로 인한 환율 인상 요인이나 우리의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미국의 대한국 중간재 수입 증가 등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확대에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의 핵심 수출품인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대미 흑자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원리’를 바탕으로 공공·민간 차원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추가 확대를 유도해 트럼프발 통상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원유 총 1억3700여만톤 가운데 미국산은 2151만톤으로,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4789만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의 수입 원유 중 미국산 비중도 15.7%로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불과 0.2%였다.
한국의 미국산 천연가스 도입량과 비중도 증가 추세다. 한국의 천연가스 수입에서 미국 비중은 2016년 0.1%에서 2021년 18.5%까지 급상승했다. 작년 한해만 한국이 미국에서 사온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173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