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격돌 vs 유화제스처…미중 ‘톱다운 거래’ 성사될까

트럼프, 취임 사흘 앞두고 시진핑과 전격통화

“취임 100일내 중국서 시주석과 회담 원해”

과거 재탕·트럼프 돌변 가능성…양국 ‘톱다운 거래’ 미지수

집권 2기 대중국 고율관세 ‘으름장’·내각도 ‘강경파’ 포진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로이터 자료]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對)중국 정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 수입품에 60%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며 ‘2차 미중 관세전쟁’을 예고했지만, 취임을 사흘 앞두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통화하며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집권 1기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시주석을 ‘친구’로 언급하며 중국과의 대화를 강조한 바 있는데다 집권 2기 대중 강경파로 무장한 내각 인사와 트럼프 당선인의 ‘예측 불가능한 거래 외교’ 성향상 중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9월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시진핑에 전화 걸어 “빨리 만나기를”=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7일(미국 현지시간) 취임을 앞두고 시 주석과 통화하고 측근들에게 중국을 방문할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의 전화통화는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 마지막이었던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통화에서 양측은 무역, 펜타닐, 틱톡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중미 관계가 미국 대통령 새 임기에서 좋은 출발을 하기를 희망하며 새로운 출발점에서 더 큰 진전을 얻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시 주석과의 위대한 관계를 매우 소중히 생각하며 계속 대화와 소통을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되도록 빨리 시 주석과 만나기를 기대한다”며 “미중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항구적 우호를 유지하면서 함께 세계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전화는 트럼프 당선인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도 “중국과 미국에 모두 좋은 통화였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과 시 주석이 대리인을 통해 대면 회담을 논의했으다. 구체적으로 취임 후 100일 내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기 정부에서는 취임한 지 약 1년 뒤인 2017년 11월에 중국을 방문한 것을 비교했을 때 매우 이른 시점이다.시 주석을 미국으로 초청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대중 강경파’로 가득한 트럼프 2기=최근까지 중국을 향해 날선 비판을 해왔던 트럼프였기에 이번 행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트럼프는 대선 때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제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트럼프 측이 국가 경제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선거용 허풍’이 아님이 증명됐다.

트럼프가 국가 경제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국제경제 비상대권법(IEEPA)에 따라 트럼프는 수입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1기 시절인 2019년에도 트럼프는 IEEPA를 발동해 멕시코에 25% 관세 폭탄을 내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왼쪽부터 미국 연방의회가 주최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지명자,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지명자,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AP, AFP]

트럼프 2기 내각 인사도 ‘대중 매파’로 채워졌다. 주요 기관 지명자들의 인사청문회 발언은 트럼프 2기 중국과의 재격돌 예고편에 가까웠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주최한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경제를 이끌 재무부 장관의 스콧 베센트 지명자는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베센트 지명자는 모두발언에서 “우리나라는 너무 오랫동안 국제 무역 체계의 불공정한 왜곡을 허용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중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불균형한 경제다”고 현재의 경제 위기를 무역으로 돌파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더그 버검 트럼프 내무부 장관 지명자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이 (전기차 생산에 활용되는) 전 세계 주요 광물 자원의 85%를 장악한 시기에 우리는 전기차에 대한 혜택을 줬다”고 지적했다.

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을 “가장 강력하고 위험하며,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한 적 가운데 거의 대등한 적국”이라며 “그들은 억압, 거짓말, 속임수, 해킹, 도둑질을 통해 미국의 희생 속에서 글로벌 초강국의 지위에 올랐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이) 대만에 개입하는 비용이 너무 높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과 같은 균형에서의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이번 10년(2020년 1월~2029년 12월)이 끝나기 전에 이 문제(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응해야 할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지명자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미국 의회의 대표적 반중(反中) 의원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정상간 담판 해결 ‘불분명’=이러한 상황에서 시진핑과 트럼프의 움직임을 두고 미중 외교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인터뷰에서 “시 주석 측과 대화하고 있다”며 “시 주석은 나와 협상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측에서 무역 전쟁을 예상하고 미리 협상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향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내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방중 일정이 아직 불분명하고, 관세 정책에도 변화를 보이지 않아 취임 후 상황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하고 협상에 나설지, 중국과 협상을 시작하고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임기 초반에 바로 관세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며 “트럼프는 상대방과의 거래를 위해 관세를 올려버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취임하자마자 중국에 60% ‘관세 폭탄’을 부과한 뒤 협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낮추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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