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결정, 떠날 결심, ‘인생 재설계 여행’ 트렌드[함영훈의 멋·맛·쉼]

산티아고 순례길 영국길 베탄조에서 만난 아담(오늘쪽)이 털어놓는 여행의 이유[갈리시아=함영훈 기자]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산티아고 순례길’ 여러 코스의 통합 종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 앞 광장은 1분이 멀다하고 환호와 축하 세레모니가 벌어진다.

100㎞ 이상 되는 그 먼 길을 걸어서 오느라 고생했을 순례자의 환호, 이들의 완주를 축하해주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연이어 들린다. 생면부지의 이방인들도 마치 친구처럼 격려해준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이번 여행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으려 했다고 입을 모은다.

서쪽 땅끝마을, 피니스테라에서 만난 미술가 주앙(53)은 ‘인생 재설계’를 위해 순례에 나섰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예술 영역 락앤롤 아티스트에 도전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산티아고 순례길의 다양한 면모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순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영국길 베탄조에서 만난 아담은 “호스피델리티 비즈니스를 근무중인데 셀프 파인딩(나를 성찰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보는 것)을 해보려 순례길에 올랐다”고 했다.

인생 전환기의 길 위를 걷다

꼭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길에서 새로운 시사점을 얻거나, 힐링된 평온상태에서 자신의 지난 날을 반추해본다.

최소한 그리운 이와 함께 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에게 좀더 살갑게 대했으면 좋았을 것을, 등등의 생각을 하게된다. 소소한 회한이라도 그 여행은 그녀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여행 자체가 깨달음의 과정이고, 그래서 여행을 통해 새로운 계획을 짜보는 사람이 많은 듯 하다.

스카이스캐너가 신년들어 한국인 여행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봤더니, 올해 유난히도 ‘인생 재설계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주제에 동의한 사람은 68%였다. 그리고 ‘여행 계획을 세울 것’이라는 응답도 37%로 나타났다. 여행계획을 세우는 이유(중복응답)에 대해서는 ‘기대할 것이 필요해서(47%),’ ‘삶을 바꾸고 싶어서(31%)’라고 꼽았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여행은 고착된 기존의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좋은 여행을 위해 자신만의 중요한 기준을 순서대로 쓴 뒤, 하위 속성을 제거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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