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적성검사 기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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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치매 환자가 늘며 이들로 인한 교통사고도 늘고 있지만 치매 판정을 받은 운전면허 소지자의 면허가 취소될 때까지 일반적 절차를 모두 거치면 10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치매 환자는 인지 능력과 판단력 뿐 아니라 감각 능력도 떨어져 사고 가능성은 건강한 고령 운전자와 비교할 때 2∼5배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도로교통공단과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운전면허가 있는 치매 판정자에 대한 운전 제한 조치 등 설명자료’를 보면 현행 도로교통법은 치매를 운전면허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규정에 근거해 운전면허 소지자가 치매로 장기 요양 등급을 받거나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으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경찰청(도로교통공단)에 전달된다.
도로교통공단은 운전면허 시험을 관리하는 경찰청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경찰청은 운전적성판정 절차에 따라 이들을 ‘운전면허 적성판정 대상자’로 정해 전문의의 정밀 진단을 거치도록 한다. 운전 능력을 재평가하기 위해서다.
먼저 1차로 약 3개월 안에 전문의 진단서를 끊어서 도로교통공단에 제출하도록 요청하고, 이런 1차 통보에 응하지 않으면 2차로 진단서를 내도록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두 차례에 걸친 고지 절차를 밟으려면 약 9개월이 걸리는데, 진단서를 내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1개월 후에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내린다.
치매 판정부터 면허 취소까지 최장 10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치매 질환자로 경찰청에 전달된 대상자들은 대부분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 운전면허가 취소된 이들이다.
그 중 진단서를 제출한 일부에 대해 도로교통공사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등 정밀 감정인의 의견을 참고해 전국 27개 운전면허시험장별로 한 달에 한 번씩 ‘운전적성판정위원회’를 열어 운전 가능 여부를 판정한다.
합격하면 면허 유지, 불합격이면 면허 취소다. 유예 판정을 받으면 1년 후 재검사를 받는다.
치매 인구는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로교통공단이 2024년에 치매 환자 중에 운전면허 적성판정 대상자로 분류한 1만7973명 가운데 583명만 진단서를 제출해 운전적성판정을 받겠다고 신청했는데, 210명만 통과하고 9명은 탈락했다. 364명은 유예처분을 받았다. 진단서를 내지 않은 1만7390명은 면허가 취소됐거나 취소될 예정이다.
김선민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치매 환자로 판정된 사람의 운전면허가 취소될 때까지 10개월이나 걸린다는 것은 문제”라며 “면허 취소될 때까지의 기간을 단축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질병코드에 치매 중증도 정보를 추가한 뒤 이 자료를 토대로 운전 적성검사 주기를 맞춤 관리하는 등 치매 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경우 정기 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이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검사를 먼저 받도록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운전자가 스스로 운전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자가 진단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교통안전교육을 내실화·의무화하는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