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내각 평균연령 54세·대중 매파·월가 거물…‘충성파’로 채웠다

트럼프 주요 참모진·내각 집중해부

1기보다 5세 젊고 핵심직책 9.6세↓

여성 인사 9명, 1기 행정부보다 2배

외교라인 인사청문서 중국에 적대감

트럼프 관세정책 옹호하는 인사 다수

‘최고의 수행능력 보일 인물들’ 평가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79)의 47대 대통령 취임 선서로 집권 2기 행정부가 본격 출범한다. 1기 행정부 보다 더 자신의 의제를 충실히 지지하고 최고의 수행능력을 보여줄 인사들로 참모진을 꾸렸다.

1기 행정부와 비교해 젊어진 점도 눈여겨볼 특징이다. 여든을 앞둔 고령의 트럼프와 달리 내각과 참모진은 그보다 25살 어린 젊은피로 구성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내각 지명자들은 중국에 강경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월가 출신으로 구성된 이른바 ‘월가 충성파’가 이번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트럼프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관세 부과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젊은 피’의 대거 등용이다. 역대 최고령으로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과 기록적으로 젊은 참모진들의 ‘신구 조화’다. 이번 임기에서 부통령으로 일할 J.D 밴스의 경우는 막 불혹(不惑)에 접어든 40세로, 역대 부통령들 가운데에서도 3번째로 가장 어린 나이다.

내각 인사들 중 40대 연령대의 인물로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45),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지명자(45),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46) 등이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 비벡 라마스와미의 경우 올해 39세다. 백악관 대변인으로 27살 캐롤라인 레빗이 발탁돼 역대 최연소 대변인이 될 전망이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부통령, 비서실장, 법무장관, 국무장관, 재무장관, 국방장관들을 합산한 평균 연령은 54.1세다. 이는 1989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연령이다. 1기 행정부 당시의 평균 연령(59.2세)보다도 5세 정도 낮으며, 직전 행정부인 조 바이든 내각에서 핵심 직책을 맡은 사람들의 평균 연령보다 9.6세 젊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행정부의 여성 인사가 9명이라는 점에서 1기 행정부(4명)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번 내각이 핵심 인사 24명 중 38%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3명 중 1명은 여성 인사인 셈이다.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팸 본디를 비롯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린다 맥마흔 교육부장관 지명자 등이 있다.

다만 이번 인사들 가운데 유색인종은 4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1기 행정부와 동일하다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한 외교라인 인사들은 연일 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을 쏟아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14~1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내각 인사들은 대(對)중국 견제를 강도높게 주장했다.

미국 외교를 대표하는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중국이 미국에 가장 위협이 되고 있으며, 2030년 안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루비오 지명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매우 중요한 동맹이라고 했지만 유럽 우방국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는 모두 발언에서 “(미국의) 억지력을 재확립하겠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공세를 억지하기 위해 파트너 및 동맹국과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 역시 “중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불균형한 경제다. 경기 침체를 수출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내각의 주요 인사들이 북한에 대한 비핵화 전략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집권 2기 대북정책 기조도 변화가 감지된다. 위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북한 비핵화’보단 ‘위기관리’ 쪽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루비오 지명자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김정은은 핵무기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 정책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며 실패한 대북 정책에 대해 재고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제 생각에 보다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전반적인) 관심(appetite)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지명자 역시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 사전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 핵탄두를 운반하는 미사일 사거리 증대, 사이버 역량 강화 등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랫클리프 지명자도 “북한은 여전히 (미국 안보를) 불안정하게 하는 세력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을 전두지휘할 인사들로 월가 출신들이 채워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골수 관세 옹호론자’인 하워드 러트닉과 스콧 베센트가 각각 상무장관과 재무장관으로 지명돼서다.

베센트는 2011~2015년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내고 2015년 독립해 키스퀘어를 세웠다. 트럼프 당선인의 ‘제1 경제 고문’을 역임한 인물이기도하다.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국제 무역의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관세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 세계 수입품에 10~20% 수준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한 데 이어 재무장관 후보자가 구체적 시행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베센트는 보편 관세가 무역 전쟁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것이란 경제계 우려에도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줄곧 지지해왔다.

러트닉은 월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로, 트럼프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선거운동 기간 관세 공약을 적극 지지하는 연설을 해 트럼프의 신임을 받았다.

향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 보편 관세와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부터 규제 완화, 양자 무역 거래 등에서 미국 우선주의, 제조업 부활을 도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30년 지기인 워싱턴D.C 강력 로비스트 브라이언 발라드 ‘발라드 파트너스’ 회장은 헤럴드경제에 “트럼프 행정부가 충성파로 구성됐다는 개념은 트럼프가 구축하고 있는 행정부에 대한 잘못된 묘사”라며 “이들은 트럼프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선 캠페인 동안 내놓은 정책과 공약에 충성하는 사람으로, 관련 일들을 가장 잘 수행할 인물들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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