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확대, 예상치못한 결과 초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가운데 해외 주요 로스쿨 상법 전공 교수 10명 중 7명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라고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이번 상법 개정이 개인 투자자 보호에 효과적이지 않을 거란 응답이 효과적일 거란 의견을 크게 앞질렀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은 해외 주요 로스쿨 상법 전공 교수를 대상으로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68%가 ‘회사’라고 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한국경영인학회에 의뢰해 영국 캠브리지대, 미국 코넬대, 일본 히토츠바시대 등 해외 주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0명에게 메일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24개 로스쿨의 25명의 교수가 응답했다.
상법 교수들 중 68%는 소속된 로스쿨이 소재하는 국가에 이사의 충실의무 주요 대상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회사’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회사와 주주’(32%), ‘주주’(8%), ‘회사·주주·이해관계자’(4%) 순으로 나타났다.
이해관계자에 주주가 포함된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질문한 결과,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일치하므로 회사와 주주의 구분은 형식적’ 이라는 응답이 2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회사와 주주 이익은 자주 불일치하기 때문에’, ‘소수주주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가 각각 16%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이에 대해 해외 상법 전문가도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봤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소수주주 보호에 효과적일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8%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소수주주 보호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주주로 확장하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 (52%)이라는 응답이 과반이었다. 한경협은 이를 이사 충실의무가 회사법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에 섣불리 법을 개정할 경우, 기업 경영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단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이어 ‘한국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36%), ‘이사의 주도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것’(28%) 순으로 나타났다. ‘이사가 소수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란 응답 비중은 28%, ‘한국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응답은 8%에 그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배치되고 소송 증가, 투자 위축 등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입법 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