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 ‘검은 수녀들’…송혜교의 가톨릭 구마 의식
‘검은 사제들’ 만든 ‘영화사 집’에서 오래 구상한 시나리오
권혁재 감독 “울림있는 결말…송혜교 연기에 감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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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혜교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검은 수녀들’ 시사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배우 송혜교의 스크린 복귀작 ‘검은 수녀들’은 현 시점 가장 화제성이 높은 작품이다. 2015년 ‘검은 사제들’의 10년 후 스핀-오프인 이 작품에서 유니아 수녀로 분한 송혜교는 몰입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또렷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어떤 것에도 겁먹지 않는 단단한 표정으로 우뚝 선다.
20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코엑스에서 열린 ‘검은 수녀들’의 언론시사 및 간담회에 권혁재 감독과 송혜교를 비롯해 배우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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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진욱(왼쪽부터), 전여빈, 송혜교, 문우진, 권혁재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검은 수녀들’ 시사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첫 장면부터 검은 SUV차량에서 내리면서 담배를 하나 입에 무는 것을 시작해 영화 내내 유니아는 골초의 면모를 보인다. 송혜교에겐 연기 인생 최초의 흡연이다.
송혜교는 “저는 비흡연자이지만 유니아 수녀 캐릭터만 생각하자면 담배는 꼭 필요하겠더라. 그래서 영화 촬영 들어가기 6개월전부터 담배를 태우며 준비했다”며 “거짓말로 (담배피는 것을)찍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톨릭 수녀답게 머리 수건 안에 머리카락을 단정히 숨기고, 정갈한 옷차림을 하지만 막상 입은 걸걸하다. ‘미치겠네’는 기본, 각종 ‘쌍욕’을 입에 달고 사는 유니아 수녀와, 그에게 점차 물들어버린 미카엘라 수녀(전여빈 분)도 유니아를 향해 거침없이 욕을 내뱉는다.
전여빈은 “선배 송혜교에게 욕하는 것이 후배 전여빈으로서는 쉽지 않았지만, 시나리오에 그려진 미카엘라가 유니아를 향한 심정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욕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유니아를 이해하면서도 그의 선택을 막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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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검은 수녀들’ 시사 간담회에 수녀를 연기한 배우 송혜교(오른쪽), 전여빈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 |
실제로 영화 안에서 유니아와 미카엘라는 구마 의식에 대해 서로 다른 신념을 갖고 있었다. 미카엘라는 유니아의 행보에 처음엔 강한 반발심을 갖고 있다가 점차 그의 뜻을 이해하고 조력자로 나서는 인물이다.
송혜교는 “실제로 전여빈 배우와 작품을 하는 동안 사적인 얘기도 하고 작품 이야기도 나누면서 가까워졌는데, 영화 속 미카엘라와 유니아의 관계와 닮았다고 생각했다”며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다가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연기하면서 어렵지만 즐거웠다”고 말했다.
전여빈도 “미카엘라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나오는 많은 조력자들이 단계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걸음을 옮기는 인물들”이라며 “이런 마음이 영화 안에서 잘 표현되기를 바라며 찍었다”고 언급했다.
이진욱이 연기한 바오로 신부는 끝내 구마 의식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유니아에게 구마의식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또다른 조력자다. 이진욱은 “저는 부담감은 좀 덜했던거 같다. 멋진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며 “오늘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많이 와서 봐주실 것 같다”며 웃었다.
검은사제들에서 박소담이 악령에 씌인 소녀를 연기했다면 ‘수녀들’에선 문우진이 악령에 씌인 소년을 연기한다.
문우진은 “이런 연기를 할 때 트라우마를 얻을 수 있기에 영화에 들어가기 전과 후에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마련된 상태였지만 저는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며 “현장에서 배려도 많이 받았고, 저는 검은수녀들이라는 영화에 누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 뿐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검은 수녀들’은 전작 ‘검은 사제들’보다 한결 더 먹먹한 결말로 마무리한다.
권혁재 감독은 “제작사인 ‘영화사 집’에서 오랜 시간 구상한 시나리오다. 저에게 이 결말은 울림이 있었기에 최대한 충실하려 했다”며 “한 인간이 절실한 마음으로 한 소년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행위에 숭고함이 있었고, 게다가 송혜교라는 배우가 이 연기를 한다고 했을때 잘 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장에서 송혜교가 보여준 연기에 정말 감탄했다”고 밝혔다.
송혜교도 “결말 장면을 3개월의 영화 촬영 기간 중 가장 막바지에 찍었기에 그날의 감정 상태는 완전히 유니아에 동화된 상태였다”며 “그녀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저의 마음과 같았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부터 결말에 있어서 다른 의견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