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2 플라자합의 가능성…금융시장 크게 변동할수도”

하준경 교수,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 통해 전망
“관세정책 성공 위해 달러 가치 인위적 하향 가능
재정적자 등과 충돌 가능성…시장 흔들릴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리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돼 금융·외환시장이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날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트럼프 2기 관세정책과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85년 미국은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과 ‘플라자 합의’를 맺고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절하시켜 무역수지 적자를 줄였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를 약세로 바꾸기 위해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 교수는 “트럼프가 관세 정책의 성공을 위해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하향 안정화하고자 할 것이라는 예측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경제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쓰려는 이유는 결국 경제 성장이기 때문이다. 환율이 자유롭게 바뀌는 오르내리는 구조에서는 관세 정책이 달러 가치를 절상시켜 성장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다만 하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시도가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때문이다.

일부 국가가 미국 달러 가치를 낮추는 데 협력할 경우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가 줄면서 미국 국채 수요도 줄어들게 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따라 늘어날 재정 적자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 하 교수의 분석이다.

하 교수는 “재정 적자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때 많은 물량을 소화하던 국가들이 예전 같지 않게 되면 미국 내에서 이 물량을 소화하기 버거워지고, 국채금리는 상승한다”며 “이런 문제를 완화하면서 달러 가치를 낮추기 위해 정책 금리 인하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완화해 달러 가치를 낮추는 방법도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관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압력,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인한 저임금 노동력 감소와 맞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화 완화를 강행하면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시장 자체를 흔들 수 있다.

하 교수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같은 인위적인 달러 절하를 시도하고, 그 정책이 실효성을 잃게 되면 환율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연준의 정책은 기존 예상과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고 시장금리 역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데 이때 완화적 통화정책의 리스크는 더 커진다”며 “원화의 대폭 절하는 물가에 부담을 주고 내수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는 데다, 무역환경 변화로 수출이 충분히 늘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2기 금융·외환시장은 지난 몇십년간 시도되지 않았던 관세정책, 제2의 플라자합의 등 다양한 새 변수들의 전개 양상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 있다”며 “글로벌 정치와 경제를 종합적인 시각으로 살펴보면서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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