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K-전력기기인데…HD현대일렉 이익률, 경쟁사 2배 나는 이유는? [비즈360]

HD현대일렉트릭 지난해 영업이익률 20.1%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상회‥LS·효성보다 2배↑
현재 가장 인기 많은 변압기 위주 제품군 보유
전력기기 수요 가장 높은 북미에서 탄탄한 입지
북미 초고압 변압기 시장 점유율 선두


울산 동구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에서 일부 변압기들이 조립 단계를 거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HD현대일렉트릭이 지난해 20%를 넘는 역대급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을 웃도는 것은 물론 같은 전력기기 업체인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과 비교했을 때도 2배 높은 수준이다. 현재 전력기기 중 가장 수요가 높은 변압기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는 점이 영업이익률 20% 달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력 인프라 투자가 집중 이뤄지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도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3조3223억원과 영업이익 6690억원을 기록, 영업이익률 20.1%를 달성했다고 20일 밝혔다.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인 5~10%보다 훨씬 높다. 2023년 영업이익률(11.7%)과 비교했을 때도 2배 가까이 늘었다.

인공지능(AI)발 전력기기 수요 증가로 같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영업이익률과 비교했을 때도 높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각각 8.4%, 10.2%이다.


HD현대일렉트릭이 유독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배경에는 변압기 위주의 제품군 포트폴리오가 자리잡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전체 매출에서 변압기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32%로, 전체 제품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변압기는 전력 인프라가 구축되는 초기에 설치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발전소에 만들어 낸 전기를 공장 등에 송전하기 이전에 전압을 낮추거나 높이는 역할을 한다. 전력 인프라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변압기 발주가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HD현대일렉트릭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 릴레이에 성공했다.

LS일렉트릭은 최근 초고압 변압기에 힘을 주고 있지만, 전력 인프라 후반부에 설치되는 배전기기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효성중공업 주력 제품은 HD현대일렉트릭과 같은 변압기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인지도는 HD현대일렉트릭 제품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일렉트릭 미국 알라바마 법인 전경 사진. [HD현대일렉트릭 제공]


북미 시장에서의 탄탄한 입지도 HD현대일렉트릭 상승세에 한몫했다. 북미는 전 세계적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많은 전력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 밀집도가 높은 데다가 전력 인프라 노후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전력기기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에서의 공급 부족 현상은 HD현대일렉트릭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북미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HD현대일렉트릭은 점유율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이 큰 HD현대일렉트릭 입장에서 예전보다 높은 가격에 변압기 등 전력기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일렉트릭의 선전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AI 산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전력 수요는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맞춰 젼력기기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일렉트릭은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4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초고압 변압기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권오갑(왼쪽 세 번째부터) HD현대 회장과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현 부회장) 등이 지난해 9월 충북 청주센트럴밸리에서 열린 중저압차단기 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제공]


승승장구하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에도 고민은 있다. 바로 향후 변압기 발주가 줄어들고 배전기기 시장이 확대될 시 HD현대일렉트릭 실적이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 매출에서 배전기기인 배전반(9.3%), 중저압차단기(7.2%)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0%를 넘지 못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배전기기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9월 충북 청주에 중저압차단기 신공장 착공을 진행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신공장 설립을 통해 2030년까지 중저압차단기 생산능력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30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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