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장벽·고환율에 K-유통 ‘초비상’

美, 한국산 10~20% 관세 우려
대외불확실성·C커머스도 위협
현지 생산시설 투자증가 가능성


농심이 미국 맨해튼 뉴욕한국문화원 청사에서 개최한 ‘신라면과 함께하는 뉴욕에서의 한강’ 행사 모습 [농심 제공]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가 생존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K-푸드·뷰티 등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서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국내 경제와 업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한국 등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공약이 실현되면 주요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했던 K-푸드도 관세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그간 K-유통의 대미 수출 성장세가 날개를 달았던 만큼,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정책은 우려가 가장 큰 대목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12억4845만달러로 전년 대비 31.1%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수출액은 2억1561만달러로 70.3% 급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는 역대 최대인 102억달러였다. 미국은 19억달러로 중국(25억달러)에 이어 가장 많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율 관세 정책이 실현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불확실성에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율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플라자 합의 2.0’ 또는 ‘마러라고 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고환율 속에서 생산비용 부담이, 약달러 기조에선 가격 경쟁력 부담이 커져 업계의 고심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 갈등의 영향으로 중국 업체가 한국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초저가 전략을 무기로 한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C커머스(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공습이다.

이미 위기감은 감지된다. 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C커머스의 국내 매출은 상반기에만 2조원을 넘어서며 2023년 연간 매출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신세계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올해부터 이커머스를 비롯한 전반적인 영역에서 C커머스의 영향력은 더 넓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생산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7000억원을 투입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사우스다코타에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짓고 있다. CJ푸드빌도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조지아에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SPC그룹은 텍사스를 공장 후보지로 정하고, 제빵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북미 및 중남미 시장을 대상으로 한 공장은 SPC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시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유통기업 총수의 트럼프 취임식 참석에 따른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최준호 형지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마트는 굿푸드홀딩스 등 현지 리테일업체들을 인수해 유통·식품·와이너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미국에서 매장 200곳을 운영하고 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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