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엔 “배포자료 이미지 폐기” 명령
‘천년의문’ 프로젝트(왼쪽)와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조성한다고 밝힌 대관람차 ‘서울링’ 조감도 [‘우연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우대성 대표 홈페이지·서울시] |
법원이 서울시가 추진중인 대관람차 ‘서울링’ 저작권 침해 소송 1심 판결에서 ‘천년의문’과 ‘서울링’의 이미지 사이에 동일·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이번 판결로 ‘표절 시비’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서울시가 서울링 발표시 배포했던 자료에서 ‘천년의문’ 이미지를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73부(박찬서 조현우 이경효)는 16일 ‘천년의문’의 우대성 건축가가 서울시를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기일에서, 서울시는 원고의 청구액 5000만원 중 8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소송비용도 우대성 건축가가 95%, 서울시가 5% 비율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서울시는 사실상 이번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보고 있다. 우대성 건축가의 항소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원고 자료와 제1, 2 서울링(이하 서울링) 이미지 사이에 동일·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대성 건축가 변호인 측은 재판과정에서 “피고는 이 사건 원고 자료를 복제하거나 이를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인 서울링 이미지를 작성하여 이 사건 발표자료에 삽입했다”며 “이는 이 사건 원고 자료에 대한 원고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거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천년의 문은 그 원형 구조체 전체가 불투명한 금속 소재로 이뤄진 반면, 서울링 이미지는 원형 구조체가 튜브와 같은 모양으로 형성돼 안쪽 부분은 불투명한 금속으로, 바깥쪽 부분은 투명한 막으로 형성돼 그 내부를 관람차가 지나다니도록 구성돼 있다”며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금속 소재의 사각형 패널이 연속적으로 부착되어 있고, 그 단면은 각진 육각형 형태인 천년의 문 이미자와 달리, 서울링 이미지는 원형 튜브 형태로 이뤄졌다”고 했다. 이와함께 “천년의 문에는 서울링 이미지와 달리 원형 구조체 내부 최상단 에 전망대가 형성돼 있고, 원형 구조체 하단에는 계단과 곤돌라 탑승장이 설치돼 있다”고 했다.
법원은 서울시가 추진계획 자료에 과거 사업 사례에서 ‘천년의 문’ 조감도를 사용하면서 저작권자인 ‘우대성 건축가’의 이름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금 80만원은 이에 대한 것이다. 재판부는 “천년의 문 조감도 부분에 관해 보건대, 피고는 저작자인 원고의 성명을 표시하지 아니한 채 천년의 문 조감도를 사용한 이 사건 추진계획 자료를 작성함으로써 원고의 천년의 문 조감도에 관한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며 “천년의 문 조감도를 복제, 공중송신, 전시, 배포해서는 아니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법원은 ‘천년의문’이 아이디어에 불과해 저작물성이 없다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서는 “천년의 문은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돼 있는 표현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서울시는 2023년 3월 서울 ‘서울링’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후 건축계를 중심으로 ‘천년의문’ 표절 논란이 일었다. 같은해 12월, ‘서울시 대관람차 조성 민자사업’에 대한 공동사업 제안자 공모결과를 발표했지만, 서울시가 공개한 안은 기존의 ‘서울링’과 달랐다. 이름도 ‘트윈아이’로 변경됐다. 이 안은 바큇살 없는 고리 두 개가 교차하는 직경 180m 규모의 대관람차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