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적시 퇴출…‘시총 50억→500억’ 코스피 상폐 요건 3년간 10배 높인다 [투자360]

금융당국,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 발표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등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추진해 온 기업공개(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이 베일을 벗었다. 시가총액·매출액 등 상장폐지 요건은 대폭 강화하고, 심의 단계와 개선 기간은 축소했다. IPO 역시 기관의 의무 보유 확약 확대로 책임을 강화,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 대신 기업 가치를 기반으로 투자에 나설 토대를 마련할 방침이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세미나’를 개최, ‘IPO 제도개선 방안’과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업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또 하나의 주요 과제로서 IPO·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면서 “IPO 시장을 기업가치 기반 투자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기관의 의무보유 확약을 확대하고, 주관사가 적정 공모가 산정과 중·장기 투자자 확보를 위해 노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 상장폐지 제도의 경우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기업이 원활히 퇴출당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시장 체계 개편 방향’을 검토함으로써 기업이 각각의 성장단계와 특성에 맞춰 자본시장에서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시장 간 차별화 및 연계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우리 시장의 특성과 해외사례를 심층분석하고 공론화 과정을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증권사 전경 [게티이미지]


구체적인 방안으로 금융당국은 그동안 과도하게 낮게 설정돼 있던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의 기준을 상향 조정한다.

코스피 기준으로 현행 50억원이던 시총 기준은 내년 200억원, 2027년 300억원, 2028년 500억원으로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한다. 현행 50억원 매출액 기준은 2027년 100억원, 2028년 200억원, 2029년 300억원으로 높아진다. 코스닥의 경우 시총 40억원, 매출액 30억원 현행 기준을 각각 2028년 300억원, 2029년 100억원으로 상향한다.

매출액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저 매출 기업을 위해 최소 시총 요건(코스피 1000억원, 코스닥 600억원)을 충족할 경우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장치도 도입한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 홍보관에서 열린 2025 증권파생시장 개장식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연합]


금융위는 “지난 10년간 시총, 매출액 요건으로 인한 상장폐지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실효성 있는 수준까지 사향 조정한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최종 상향 시 코스피는 62개사(전체 약 8%), 코스닥은 137개사(전체 약 7%)가 요건 미달에 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 폐지토록 제도를 개선한다. 감사의견 미달 시 2개년 뒤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현행 제도상, 고의로 감사의견 미달을 악용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상장폐지 사유 발생부터 최종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인다. 코스피는 최대 개선기간을 4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코스닥은 3심제를 2심제로 간소화해 최대 개선기간도 최대 2년에서 1년 6개월로 축소한다.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 심사 사유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병행 심사 후 한 요건이라도 먼저 상장폐지 결정이 나오면 최종 상장폐지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금융투자협회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K-OTC에 ‘상장폐지기업부(가칭)’를 신설해 6개월간 상장폐지 후 비상장 주식 거래도 지원하는 등 투자자 보호 기능도 강화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6년간(2019~2024년) 연평균 상장 기업 수(99개) 대비 퇴출 기업 수(25개)는 주요국 4분의 1에 불과했고, 이에 따라 최근 4년간 상장사 증가율도 한국은 17.7%로 미국(3.5%), 일본(6.8%), 대만(8.7%) 들에 비해 높았다”면서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과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 문제를 초래해 주가지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저성과 기업 퇴출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IPO 제도는 주관사의 책임을 확대하기 위해 ‘의무 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새로 도입, 기관 배정 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한다.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를 취득(상한금액 30억원)해 6개월간 보유토록 한다. 의무 보유 확약 최대 가점 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 단기 매도를 지양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여의도 사옥. [한국거래소]


정책펀드의 의무 보유 확약도 확대한다.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선 공모 물량의 5~25% 별도 배정 혜택이 지금껏 제공됐지만, 향후엔 최소 의무 보유 확약(15일 이상)을 한 물량에 대해서만 별도 배정 혜택을 부여한다.

의무 보유 확약 위반, 미청약·미납입 등에 대한 금융투자협회 차원의 제재도 강화하고, 소규모 사모운영사와 투자일임사의 수요예측 참여도 제한해 비합리적인 과열·쏠림현상 방지에도 나선다. 이 밖에 재간접펀드와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한 우회적 참여도 제한하고, 1~3일 차에 동일하게 완화된 수준의 가점을 부여해 수요예측 첫날 쏠림현상을 방지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폐기됐던 자본시장법상의 ‘코너스톤투자자’와 ‘사전수요예측제도’ 등에 대한 도입도 지속해서 추진할 방침이다. 또, 주관사의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사전취득분에 대한 가격 괴리율을 기존 50%에서 30%로 축소하고, 최소 의무 보유 기간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