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급 빠진 그린란드…덴마크 축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파나마 운하와 멕시코만 등을 거론하면서 영토 확장 의지를 다시금 드러낸 한편, 그린란드는 언급을 하지 않아 덴마크와 파나마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발언하자 이에 즉각 반박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파나마공화국과 국민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연설에서 파나마 나라와 파나마 운하와 관련된 발언을 한 것을 들었고, 이를 강력히 거부한다”며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의 관할이며 앞으로도 계속 파나마의 통제 하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25년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운하를 잘 운영하면서 확장까지 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의 통상과 교통에 기여하려는 책임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 운영하고 있다는 발언에도 즉각 부정했다. 그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전 세계에서 우리 정부를 방해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물리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발언한 데 따른 반응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서부 개척 시대 미국의 영토 확장의 당위성을 강조한 표현인 ‘매니페스트 데스티니’를 언급할 정도로 이번 행정부의 영토 팽창주의적 기조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가 미국에 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중국이 아니라 파나마의 운하를 넘겨줬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빼앗겼다. 이제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매입 추진 의사를 공언했던 그린란드에 대해선 이날 취임식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파나마 측에서 강한 반발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덴마크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력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평화와 안보, 공동 번영 진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강력한 대서양 협력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수시간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그가 취임 연설에서 어떤 말을 하든, 나는 유럽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덴마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 지속적인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영토 확장’ 등의 표현을 써 영토 팽창주의적 야심은 여과 없이 드러내 취임 이후 그린란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경제·군사적 강압 수단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고,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