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 공립도서관 |
얼어붙은 보우강 위, 캘거리 평화의 다리 |
자연과 마천루의 조화 캘거리 도심 전경[캐나다관광청 제공] |
[헤럴드경제(캐나다 알버타주 캘거리)=함영훈 기자] 서울과 캘거리는 1988년 같은 해 하계, 동계 올림픽을 각각 개최했다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88하계 서울올림픽에서 세계 4위에 올랐고, 88동계 캘거리올림픽에선 쇼트트랙 강자로서의 서막을 열었다. 당시 정식종목 채택을 앞두고 시범종목으로 열린 캘거리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은 4개의 금메달 중 2개를 따내며 향후 돌풍을 예고했다.
이후 199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단행되고, 캐나다 이민자, 북미 유학생이 늘면서, “캐다나 갔으면 로키는 가봐야지”하는 마음을 품은 한국인들의 캘거리행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웨스트젯이 지난해 서울(인천)-캘거리 직항편을 개척하면서 최근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캐나다 알버타주 주도는 에드먼튼인데, 로키의 관문이자, 올림픽 개최지인 캘거리가 경제 및 문화관광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같은 주(州)인데도 캘거리는 주도인 에드먼튼에서 남쪽으로 300㎞나 떨어져 있다. 서울에서 광주광역시 가는 거리이다. 두 도시의 인구 합계는 350만명 가량으로 알버타주 인구의 70%를 차지하는데, 각각 170만명 안팎에서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한다. 오랜 기간, 에드먼튼 인구가 조금 더 많다는게 정설이었는데, 최근 캘거리 인구가 역전했다는 말도 들린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촬영지 보우폭포 |
‘흐르는 강물처럼’ 영화촬영지 답게, 로키의 우람한 산악을 뚫고 보우강이 도도하게 흐르는 도시이다.
캘거리라는 말은 선주민들의 말을 영국식으로 조금 바꾼 것인데, 원뜻은 ‘맑은 물이 달리다’는 것으로, 개울을 재잘거리며 흐르는 물소리, 즉 의성어로 추정되고 있다.
선주민 중 다른 부족은 ‘캘거리’의 의미를 물길 등 지형이 꺾인다는 의미의 ‘팔꿈치’라거나, 물과 사람 등이 ‘모이는 곳’ 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876년 한 영국군 지휘관은 스코틀랜드에 칼라-게리(Cala-ghearridh:항구를 낀 초원)라는 곳이 있음을 들어 이 도시 이름으로 캘거리를 제안했다고 한다. 원주민이 부르던 이름과 비슷한 영국 지명을 끌어다 붙이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알버타주 남쪽, 북위 51도 지점에 있는 캘거리(Calgary)는 평균해발 1048m로 해발 800m 지점에 있는 정선 강원랜드(마운틴탑은 1340m)보다 높다. 그럼에도 여름철 평균 최고 기온은 22.9도(한국 25.6도)인데 아침 저녁은 한국 가을 기온인 10도 안팎이다. 쾌적한 여름이다.
겨울은 강원도 화천(-10~ 1)보다 기온이 조금 더 낮고 만주와 비슷한 -13.4~-1.3도로 남한의 -3.7~4.4도 보다 춥다.
캘거리 도심의 빌딩 2층을 모두 연결한 스카이워크 |
그럼에도 겨울~이른 봄 여행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캘거리 당국은 한겨울에도 시내를 자유롭게 다닐수 있도록 도심 모든 건물의 2층을 연결해 도보 이동로 ‘스카이 워크’ 길을 뚫었다.
겨울엔 이 길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목적지에 내려 잠시 아웃도어활동을 하거나, 목적지 건물을 만나면 실내에서 실내로 볼일 보러 가면 된다. 심지어 스카이워크 구역을 포함한 일정한 도심 구간 내 대중교통은 공짜이다.
캘거리는 1875년 노스웨스트 기마 경찰대의 성채로 건설된 후 캐나다 태평양 철도의 개통으로 위니펙, 밴쿠버와 연결되면서 동서 교통로의 요지가 되었다. 주변 농목업 지대의 중심지로 식육 가공·제분업이 발달한다. 근교에 알버타주 대표 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공장도 보인다.
캘거리의 대표적인 명소는 ‘기골이 장대한 돌쇠’ 이미지의 선주민과 ‘총 든 서부의 사나이’로 대표되는 이주민의 문화를 잘 살려놓은 헤리티지 파크이다.
또 선주민과 이주민, 두 개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면서 탄생한 카우보이 축제의 거점이자 상설전시장인 스템피드 샘센터이다. 매년 7월에는 카우보이 로데오 대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캘거리 스템피드라는 축제가 열린다.
캘거리 최고 미녀 선발은 선주민 대표, 이주민 대표 2명을 뽑는다.
알버타 공룡 공원 |
카우보이 |
이밖에 캘거리에는 ▷캘거리 동물원, ▷캘거리 타워, ▷빌딩강풍을 둔화시키고 거리의 품격을 높여주는 설치미술 거리이자 푸드투어 아케이드인 ‘스테판 애비뉴’, ▷카페, 펍, 레스토랑이 밀집된 핫플레이스 ‘17번가’, ▷한식을 포함해 오대양 육대주 모든 음식을 맛보는 파머스 마켓,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한 시립도서관, ▷올림픽 오발, ▷승마장 스프루스 미도우스, ▷글렌보우 뮤지엄, ▷국립음악센터 스튜디오벨, ▷캘거리 현대미술관, ▷소방관 경찰 군인 추념공원, ▷로히드 역사공원, ▷군사박물관, ▷캘거리과학박물관, ▷캘거리항공우주박물관, ▷에스커 현대미술관 등이 있다.
동쪽 외곽 ‘배드랜드’ 지역에는 세계3대 공룡화석지인 알버타 공룡 공원이 있다. 직역하면 ‘척박한 땅’으로 풀이되지만, 그랜드 캐니언을 닮은 주변 경관도 뛰어나, 많이 관광객이 공룡과 풍경, 일석이조 여행을 간다.
와일더 인스티튜트 캘거리동물원은 그야말로 동물을 사랑하는 인간과 오갈곳 없던 동물들이 공생하는 곳이다. 캐나다 마니토바 주 처칠의 북극곰 중 엄마에게 버려진 시쿠(Siku 수컷)가 이곳에 있다.
캘거리 동물원 무스콕 |
북극곰 새끼들 중 일부는 부모 곰에 의해 버려지기도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생이별하고 고립무원이 된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아기 곰을 보호하는 이곳엔 캐나다 전통음식 레스토랑이 있고, 이곳에서 컨퍼런스, 결혼식 등 특별한 행사도 치른다. 결혼식 때엔 터주대감인 동물들이 또 하나의 하객들이다.
캘거리 동물원은 30년 이상 야생동물 보호를 해온, 이 분야 최고 세계 권위의 동물 보호소이다.
조폭 행동대장 같은 소, 무스콕은 공격 본능이 강해 자칫 형체가 있는 무엇이든 머리로 들이받아 스스로 다칠수도 있는데, 사육사들은 형체가 뚜렷한 고무 조형물을 설치해 두었다. 1분이 멀다하고 그 고무를 공격해 많은 관람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공격 당한 고무조형물은 찌그러지는 즉시 다시 펴지는데, 무스콕은 이런 맷집 때문에 더욱 화가 나는 모양이다.
북극곰도 아닌 일반곰인데 베이지색으로 희귀종인 그리즐리베어 ‘스코키’ 녀석의 모습도 흥미롭다. 캘거리 동물원은 이 아이들처럼 멸종 위기종이나 고립무원의 동물들을 야생에 다시 갈수 있도록 보살피며, 비영리 자선 야생동물 보호 단체를 지원하기도 한다.
2023년 7개 생태 구역으로 나눠 동물이 살기좋게 리모델링했으며, 특히 북극곰 서식지는 자연친화적이며 야생의 모습과 닯게 설계했다.
2500평으로 아이스하키 링크 5개와 거의 맞먹는 규모의 부지에, 동물의 생활공간 외에, 나무가 심어진 잔디밭, 여러 개의 수영장, 산책로, 전망포인트 등이 동물원을 감싸고 있어, 종합 소풍터 같은 여행명소가 되었다.
캘거리 타워는 평지에서 191m 높이에 올라 시내를 사방으로 내려다보는 뷰포인트이다. 엘리베이터가 62초만에 정상에 다다른다.
캘거리타워 전망대 |
1968년에 개장한 캘거리타워는 서울 올림픽 폐막 후 6개월만에 열린 1988년 동계 올림픽 기간 동안 타워 꼭대기에서 불꽃을 뿜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올림픽 성화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성화는 오늘날에도 캐나다 데이와 스탠리 컵을 위한 캘거리 플레임스 레이스와 같은 특별한 날을 위해 채화된다.
전망대 방문객들은 유리 바닥을 체험하며 가벼운 스릴을 즐긴다. 유리 바닥의 길이는 11m나 된다.
전망대에선 캘거리 시내와 동물원, 공원 등 멋진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아래층에는 회전식 레스토랑이 있다.
포트 캘거리는 보우강과 엘보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요새이다. 1875년 북서경찰대가 만든 국가사적지이다. 이곳은 현대적 도시로서의 오늘날 캘거리를 있게 한 출발지이며 캐나다 형성 역사에 중요한 장소임을 증명하는 유산들을 전시한다. 150년전 감옥, 신문사, 병원, 이발소, 방송국 등을 재연해놓았다. 기마 경찰의 변천사가 눈길을 끈다.
캘거리 요새 |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6개월뒤 개최된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공식 메달은 한 개도 따지 못했지만, 다음 대회에서 정식종목이 될 쇼트트랙 시범경기에 출전, 김기훈 선수가 1500m에서, 이준호 선수가 30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 다음 올림픽인 알베르빌 대회에서 빙상의 김윤만이 동계올림픽 첫 메달(은)을 따더니 쇼트트랙에서 금2, 동1개를 목에 걸며, 동계올림픽 순위 ‘등외’에서 일약 톱10에 오른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하계올림픽과 같은 해에 열린 캘거리동계올림픽을 잊을수가 없다. 올림픽 프라자는 도심 한복판에 있다. 씨트레인 시티홀 역에 내리면 바로 있다. 이곳에서 올림픽 유산을 관람하고, 수많은 문화체육 이벤트를 즐긴다. 스케이트를 탈 수 있고 산책하기에도 좋다.
캘거리시립도서관은 미술관인지 책 읽는 곳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멋지게 지어놓았다. 건물 천장 한가운데를 타원형 스크류 아트로 뚫어 빛이 스며들도록 설계했으며, 벽 곳곳에 회화작품들을 걸어놓았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학업에 뜻이 없는 여행자들이 와서 사진 찍느라 어수선하다는 점을 각오한 듯, 편안히 독서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