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시로 만날까…더 다채로워진 ‘10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료지 이케타, 테스트 패턴 n8, 2015.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미디어아트, 스포츠, 게임, 사운드, 문학, 서커스, 무용 등 한층 다채로워진 방식으로 기획된 융·복합 전시와 공연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보면, 작가나 연출자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예술의 한계를 깨고 관객이 놀이하듯 참여하는 차별화된 시도가 돋보인다.

ACC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주요 사업 계획을 21일 밝혔다. 이강현 ACC 전당장은 이날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실무자 중심으로 2년 전부터 치밀하게 전시와 공연 등 개관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며 “ACC가 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허브로서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그 여정에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전시 ‘ACC 미래운동회’ 땅따먹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우선 100평이 넘는 대규모 공간인 복합전시 1관에서 신개념 운동회 종목을 취학 아동부터 남녀 누구나 즐기는 ‘ACC 미래운동회’(4~6월)를 개최한다. 전시는 기술과 놀이가 접목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인공지능(AI) 로봇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의 술래가 되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인간 붓’처럼 투영 영상에 색이 덧입혀지는 식이다. 종목 개발을 위해 관련 연구와 해커톤 대회를 개최해 아이디어를 정교화했다.

복합전시 5관에서는 지역작가 초대전(4~7월)으로 전통 산수화를 미디아어트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개인전이 열린다. 복합전시 3·4관에서는 빛, 데이터, 미디어 조각, 소리 등을 활용한 몰입형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세계적인 사운드 비주얼 아티스트인 료지 이케다의 개인전(7~12월)이 펼쳐진다.

9월부터는 복합전시 1관에서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과 독일 예술미디어센터(ZKM)와 협력한 전시 ‘봄의 선언’을 진행한다. 국내외 작가 15명이 참여해 경제 불평등, 기후위기 상황에서 비인간, 다중생물종을 포용하는 미래의 민주주의를 선언하는 프로젝트다. ACC 설립기조인 민주·평화 정신과도 맥이 닿는 지점이다.

12월에는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미술과 문학, 대중문화를 잇는 ‘말과 그림과 역사라는 이미지’ 전시도 개최한다. 1973년 태국의 학생시위, 1988년 미얀마의 8888 시위 등과 시공간을 넘나들며 연대하는 1980년 광주오월의 군중 관련, 언어와 이미지를 조명하는 학술적 성격 짙은 전시다.

공연 ‘나는 광주에 없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연으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관객 참여형 공연 ‘나는 광주에 없었다’(5월)가 무대에 오른다. 이어 ‘흥보가’를 현대적으로 스핀오프한 미디어 판소리극 ‘제비노정기’(10월)가 인기몰이에 나선다. 특히 ‘제비노정기’는 지난해 화제몰이에 성공한 연극 ‘맥베스’의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으며, 이날치밴드 리더 장영규가 음악을,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대표 김보람이 안무를 담당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ACC 예술극장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한국, 대만, 태국 등 3개국의 연출가와 프로듀서가 공동 제작한 옴니버스식 연극 ‘아시아 연출가 3부작: 리매핑 아시아(Remapping Asia)’(11월)이 공연된다.

ACC재단은 호주 공연단체 ‘그래비티 앤 아더 미쓰즈(Gravity & Other Myths)’를 초청해 서커스, 무용,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더 펄스(The Pulse)’(5월)도 무대에 올린다.

공연 ‘제비노정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한편 ACC 초대 공모직 전당장인 이강현 전당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내달 14일 퇴임한다. 2015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가기관으로 개관한 ACC는 다섯 차례의 전당장 공모가 있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7년간 공석이 계속됐다. 후임 전당장에 대한 당부를 묻는 질의에 이 전당장은 “개관 10주년을 맞는 ACC가 세계적인 기관으로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토대를 엮는 역할이 핵심적일 것 같다”며 “아울러 2022년 아시아문화원과 하나로 통합되면서 향후 ACC의 성격과 체질을 공고히하는 정책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