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XX, 꺼져”…尹 비판한 소재원 작가 “‘책 테러’ 당했다”

소재원 작가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영화 ‘터널’ 등의 원작소설 작가인 소재원 작가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공개 비판했다가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로부터 ‘책 테러’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소 작가는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란 피의자 윤석열을 비판하자 서점에서 내 작품 반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작가로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이 반품된 경우는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덩달아 판매는 반토막이 났고, 문자를 보내온 출판사를 제외하고 내 작품을 출판한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내란 비판 발언을 신중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한 출판사에 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소 작가가 한 출판사로부터 받은 메시지에는 “작가님 계엄 관련 기사가 나간 이후 판매량이 40% 가까이 줄었고, 처음으로 반품도 들어왔다”며 “2030 독자층이 이탈한 것 같은데, 작가님 발언은 저희도 지지하고 있지만 작가님 가족분들께 피해가 갈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소 작가는 “바른 목소리를 냈다고 확신하지만 사실 다른 출판사에서도 반품이 늘고 판매는 줄었다고 하더라. 출간 1년도 안된 책이 그럴 줄은 몰랐다. 너무 죄송하다”며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가의 펜이 쪼잔하게 불의를 피해 갈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기적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다 대중을 모시는 직업 아니냐. 옳은 소리 당당하게 외치고 싶다. 부끄러운 펜으로 대중을 기망하기 싫다”면서 출판사 상황이 어렵다면 인세를 받지 않겠다고 전했다.

그러자 출판사 측은 “저희는 작가님의 발언을 적극 지지한다. 작가님의 소신 있는 행동과 생각이 오롯이 작품에도 전해지기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예정대로 인세는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판사 측은 “출판사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면은 있지만 대한민국이 바로 서는 게 우선이다. 우리는 반품도 친절히 받고 있다. 그래야 우리가 정당하다는 걸 증명하는 거니까 작가님도 버텨라”라고 덧붙였다.

소 작가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은 책 목차에 빨간색 펜으로 ‘꺼져! 빨갱이 XX야’라고 적은 뒤 책을 반품했다고 한다.

그는 “극우들은 생각보다 더 악랄했다. 내 작품을 서점에서 사지 않고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했다”며 “서점에서 사게 되면 순위가 올라가고, 반품이 까다롭기에 반품 대응이 어려운 출판사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 작가는 이어 “그들이 반품한 책의 훼손 정도는 아주 심했다”며 “훼손이 안됐어도 반품된 책의 재판매는 독자 기망행위라 판단, 출판사에 손실을 보전해 줄 터이니 반품된 책을 모두 폐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난 우리를 믿는다. 난 약자를 대변하는 작가다. 그게 내가 쥔 펜의 이유”라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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