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 감염이 보고된 가운데 국내 방역 당국에서도 다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은 ‘AI 인체 감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감염병 전문가들이 AI 인체 감염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지금 보고된 사례를 보면 언제라도 AI 인체 감염과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AI 인체 감염은 (해외에서도) 산발적인 사례로만 보고됐고, 국내에서는 아직 한 건도 없지만 위험성이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AI 인체 감염이 대규모로 확산하면 한 달 안에 인구의 40%가 감염되고, 중환자가 28만명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이라면서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그래도 AI 인체 감염 등 전반적인 인플루엔자 감시를 강화하는 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질병청은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기관을 1천곳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AI 인체 감염에 대응하기 위한 ‘H5N1’ 백신도 비축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H5N1 바이러스 백신을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국내에도 허가된 H5N1 백신이 있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는 게 질병청의 판단이다.
지 청장은 “애초 백신 7만5천명 분량, 7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예결위에서 삭감됐다”며 “백신을 비축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보고 올해는 꼭 다시 노력해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AI 인체 감염을 일으키는 변종 H5N1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H5N1 바이러스가 젖소농장 수백곳으로 확산한 데다 사람에게 전염됐다는 사례가 60여건 보고됐다. 아직 사람 간 전염 사례는 보고된 바 없지만 루이지애나주(州)에서는 중증 환자도 발생하면서 우려를 더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H5N1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이 발생한다면 코로나19보다도 훨씬 더 치명적인 팬데믹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