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천억 어디로 갔나?” 티몬사태 첫 재판 구영배는 없었다 [세상&]

‘미정산 사태’ 구영배 큐텐 대표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구영배 피고인이 핵심 인물인데 본인 때문에 소송이 지체 되어서는 안될 겁니다. 본인한테 전달하십시오.” “피해액이 1조 8563억이잖아요? 그 돈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떻게 된 거예요?” (최경서 부장판사)

지난 8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티몬·위메프 정산금 미지급 사태 재판의 막이 올랐다. 4개월 동안 밀린 정산금액만 1조 8563억원. 심리를 시작한 1심 재판부는 ‘신속 재판’을 강조하며 피고인들에게 적극적인 해명을 요청했다.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4부(부장 최경서)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등 티몬·위메프 사태 관계자 10명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류화현 위메프 대표, 김동식 인터파크커머스 대표, 이모 전 티몬 경영지원 본부장 3인과 나머지 피고인들의 변호인이 출석했다. 구 회장은 불출석 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절차를 논의하는 자리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게 수사기록 열람·등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피고인들이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을 꼼꼼히 확인해야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재판에도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 대표측은 사건기록 열람·등사를 ‘신청’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이유를 묻자 구 대표측 변호인은 “공판 단계에서 (사건을) 수임할지 결정이 나지 않아서 열람·등사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황당하다는 듯 “현재는 수임한 상태가 아니냐”, “수사 단계에서 변호를 맡았고 기소도 12월에 됐다. 적어도 열람·등사 ‘신청’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구영배 피고인 본인이 기일변경 신청서도 냈다. 소극적으로 재판에 임하는 것 같은데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에게도 “담당을 하고 계시면 어느정도 진행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과 피고인 양측에 ‘1조 8000억원’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티몬·위메프는 사태 직전 4개월 동안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1조 8000억원 가량의 물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판매업체들은 이같은 돈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재판부는 기존 적자를 ‘돌려막기’한 것이든, 자금이 ‘유출’된 것이든 명확한 소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기존 (적자를) 돌려막았다고 해도 (액수가) 빈다. 외부로 빠져나갔다면 유출된 것에 대한 추적이 되는 것이냐”며 “이정도 거래대금을 운용하는 이커머스 회사라면 편법적으로 운용했다 해도 큰 그림에서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된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숫자다. (판매대금이) 얼마고, 역마진은 얼마였고, 실제 지급된 증빙은 어느정도인지 정리해야 한다. 검찰도 (자금 흐름에 대해)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큐텐그룹과 위·메프 경영진은 판매 규모를 키우기 위해 역마진 마케팅을 지속했고, 이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메울 수 없어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즉 사업 확장 실패가 사태의 본질이라는 것.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변론준비기일을 1차례 더 진행한 후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3월 18일 오전 10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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