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중 사업취소 부지 사업자 재선정 절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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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건설경기 침체로 사업이 취소된 아파트의 민간 사전청약자들을 대상으로 청약 당첨 지위를 승계해 주고 ‘우선 공급’을 진행키로 했다. 청약 당첨 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수년간 대기하다가 순식간에 기회를 잃은 당첨자 713명은 정부의 구제안에 따라 후속 사업에서도 당첨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단, 과거 대비 월등히 높아진 분양가 등 또다른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2일 “갑작스러운 사업 취소로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을 잃은 민간 사전청약 당첨 취소자에 대해 당첨지위를 후속 사업에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영주택 사전청약제도는 선분양 시점보다 2년가량 앞서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본래 청약은 착공 시에 이뤄지지만, 해당 제도를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를 공급할 때부터 청약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시행된 것으로, 당시 급증하던 청약 수요를 잠재우기 위해 공공분양 아파트에 한해서만 진행하던 사정청약을 민간분양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하고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공사가 지연되니 본청약도 미뤄지기 일쑤였고, 이미 사전청약을 진행한 상태에서 사업을 취소하는 사업장이 무더기로 나왔다. 제도 취지가 무색해지자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 2022년 11월 민간분양 사전청약을 중단했고 지난해 5월에는 공공분양 사전청약까지 신규 시행을 중단해 사실상 사전청약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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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전청약 피해자대책위원회 카페] |
국토부에 따르면 사전청약을 진행했으나 사업이 취소된 단지는 7개에 이른다. 여기서 나온 당첨 취소자는 713명이다. 정부의 제도 폐지로 입주 기회를 잃은 당첨 취소자들은 “정부의 설익은 정책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사라졌다”며 ‘사전청약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고, 국토부는 지난해 비대위와 피해구제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사전청약을 실시한 이후 사업성 악화 등으로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한 경우 당첨 취소자에 실질적인 피해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500명이 넘는 당첨 취소자가 가입돼 있는 비대위와 대화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사업 취소부지를 매입하는 후속사업자가 사전청약 당첨 취소자를 우선 공급에 나서는 안을 추진해 이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로 했다. 사업이 취소된 사업장에서 얻은 당첨 지위를 후속 사업장에 승계해주겠다는 얘기다. 당첨 취소자는 우선공급을 받을 때 사업취소분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면적에 지원해야 하며, 당첨 후에는 당첨취소분과 동일한 유형의 당첨자로 관리된다.
7개 사업지중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BL ‘리젠시빌란트’(23명) ▷영종하늘도시 A41BL ‘한신더휴’(11명)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BL·4BL(281·265명) 등 4개 단지는 올해 1분기 중 토지 재매각 공고를 실시한다. 선정된 후속사업자는 입주자를 모집할 때 해당 부지 당첨최소자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한다.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 ‘우미 린’(46명)의 경우 LH가 공공분양 주택의 형태로 직접 공급할 예정이다. 내년 초 입주자 모집공고 시 당첨 취소자에게 우선 공급한다. 영종국제도시 A16BL ‘제일풍경채’(87명)의 경우 사업방식이 공공지원 민간임대 형태로 변경돼 사업주체는 전체 물량 중 일부를 당첨취소자 우선공급물량(분양주택)으로 배정해 올해 안으로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밀양 부북지구 S-1BL ‘제일풍경채’는 사업이 취소되기 전 당첨자 전원이 당첨 지위를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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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 사업취소 단지 현황[국토부 제공] |
국토부는 “당첨 취소자에게도 주택수 유지, 거주기간 충족, 청약통장 보유 등 의무는 당초 사전청약과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며 “당첨취소 통보 후부터는 후속사업 우선공급 공고 시점의 주택수만을 판단하는 등 주택수 유지 의무를 유연하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단 정부가 이같은 피해구제에 나섰지만 분양가 상승, 브랜드 변경 등의 당첨 취소자들의 일부 피해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접어든 현재, 해당 지역에서 후속 사업주체가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 정책관은 “LH에서 영종하늘도시 토지를 재매각한 결과 사업자가 한 명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여러가지 인센티브를 고민 중이고 최대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처음 이 부분(구제안)에 대해 망설였던 건 분양가 상승과 추가적인 입주 지연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