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하이톤 목소리 고치려다 오히려 저음 돼
‘더글로리’로 재미 깨달으니 장르물만 보여
“강동원 출연? 내 비석만 보고 가더라” 폭소
24일 개봉하는 영화 ‘검은 수녀들’로 돌아오는 송혜교를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UAA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가을동화’에서 가늘고 얇게 떨리는 은서의 목소리와 ‘더글로리’의 문동은 및 ‘검은수녀들’의 유니아의 목소리는 서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인양 ‘바이브’부터 다르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유독 송혜교의 모습이 이전보다 더 크게 보이는 데는 그의 깊고 낮은 목소리가 한 몫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혜교는 “20대 초반 하이톤 목소리로 엄청 지적받고 혼이 났다”며 “‘그렇게 하면 안된다’, ‘말 천천히 해라’ 등 지적에 계속 신경쓰다 보니 이젠 너무 저음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너무 저음’인 목소리는 송혜교와 잘 어울린다. 81년생인 그가 한 방송에서 “이제 얼굴로 뭔가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고 말한 것은 스스로 겸양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관객은 그에게서 예쁜 외모를 넘어선 연기에 환호할 준비가 되었기에 깊고 낮은 힘있는 목소리가 어울릴 배역들이 기대되는 터다.
송혜교는 한동안 사랑 이야기 대신 장르물을 택할 것임을 인터뷰 중 여러차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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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로리에서 첫 장르 연기를 하면서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차기작을 고르면서 장르 위주로 시선이 갔다. 사실 저는 소설도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후반부 작업이 많은 SF(Science Fiction) 장르의 작품에 흥미를 잘 못 느끼는 사람이었는데도 어느새 장르물을 찾고 있더라. 당장은 계속 장르물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엔 장르물의 최고봉 ‘오컬트’를 고르고, 히트작인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작품을 택했다. 송혜교와 함께 호흡을 맞춘 미카엘라 수녀 역의 전여빈이 “유니아에게 전적으로 기댈 수 있었다”고 거듭 밝힌 것처럼 그는 기개 넘치는 유니아 수녀를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송혜교는 “저는 앞에서 상대 배우가 어떻게 연기 해주느냐에 따라서 휙휙 바뀌는 상대적인 사람”이라며 “여빈 배우, 우진 배우가 연기를 잘 해줘서 내 안의 에너지를 끌어낸 것 같다”고 답했다.
‘검은 수녀들’에는 유독 인물들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많다. 그는 “작품할 때 얼굴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되려 거친 피부가 드러난다면 캐릭터에 더 맞아서 좋다”면서 “다만 행사갈 때는 예뻐보이고 싶어서 빡세게 꾸미고 있다”며 웃었다.
11년 만에 ‘신비주의’를 깨고 언론 인터뷰는 물론 각종 방송에 나오고 있기에 그동안 알려진 적 없던 그의 사생활은 최근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5년간 매일 감사일기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밝힌 부분은 특히 반향이 컸다.
송혜교는 “항상 남의 시선을 생각하면서 살았다. 온전히 저를 첫 번째로 두고 살았던 적이 없었다”며 “그러다 나를 1순위로 둬보자, 노희경 선생님과 5년간 매일 문자로 감사일기를 공유하면서 제 삶이 좀 바뀌었다.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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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진 그의 말에는 여유 넘치는 위트가 살아있었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영화 마지막에 검은사제들에서 최준호 아가토 부제를 맡았던 강동원이 우정출연한다. 송혜교는 이에 대해 “처음부터 강동원이 출연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제 비석만 보고 갔다”고 무심히 내뱉어 주변을 폭소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