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사 판매 비중 25% 유지
“은행은 수수료 높은 보험사 상품 우선”
대형 생명보험사가 전체 60% 육박
자금력 부족 중소형 생보사 여파클 듯
금융위원회가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25%룰 규제를 19년 만에 완화한다. 계열사 몰아주기 우려를 감안해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에 한해서는 25% 룰을 유지하기로 했다. [손해보험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금융위원회가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25%룰 규제를 19년 만에 완화하는 반면,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에 한해서는 25% 룰을 유지하기로 했다. 같은 금융지주 계열사로 보험 상품 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은행에 주는 판매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올리는 구조적인 문제까지는 해결하지 못했다고 보험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당국은 “협의과정에서 보험회사들은 은행 등의 계열사 상품 몰아주기 우려를 제기한 만큼 혁신금융사업자 부가조건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소형 생보사들은 25%룰 규제가 완화되면 대형 은행들은 계열 생보사 상품을 우선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계열사 몰아주기 방지를 위해 생보 시장에 한해 계열사 판매비중을 25%로 유지한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은 제휴 보험사별 판매비중을 월별 공시한다. 또한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이 정당한 사유없이 보험사 상품 제휴 요청을 거절하거나 차별하지 못하는 조건을 부과한다.
손보시장의 경우 은행별로 판매 보험사 숫자에 따라 계열사 판매비중 규제를 33% 혹은 50%로 시행한다.
당국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고하고 중·소형 보험사들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의 동종·유사상품 비교·설명의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보험 모집시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이 제휴한 전 보험사 목록을 제공하며, 제휴된 상품 중 소비자가 원하는 보험사 상품은 반드시 포함시켜야한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
또한 설계사가 특정상품 권유시 상품 추천사유를 설명하고, 상품별 판매수수료 정보도 별도로 안내해야 한다. 비교·설명의무 등은 5차 보험개혁회의 때 발표한 대형 GA(법인보험대리점) 수준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 일각에서는 수수료 경쟁 방지 방안이 빠져있는 점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2023년 기준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을 보면 빅3(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생보사가 전체의 60%에 달한다. 금융지주계열사는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끼리 몰아주기 우려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방카슈랑스 영업 수수료 경쟁 과열”이라며 “현금 유동성 여력이 있는 대형사가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올려 공격적인 방카슈랑스 영업을 할수 있는 환경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기에 특정사에게 몰아주기를 방지하는 수수료 집행 방지안을 당국 건의안에 언급했지만, 반영되지는 않은 것 같다”라며 “혁신금융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중간 점검을 통해 유념해서 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사와 외국계 생보사는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내부적으로 규제 완화에 따른 영향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자본 여력이 있는 대형사는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올려 공격적인 방카슈랑스 영업을 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그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생보사 관계자는 “자산 만기 구조가 더 긴 생보사들은 유동성 확보와 운용자산을 늘리기 위해 방카슈랑스 판매에도 공들여야 한다”라며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당기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저축성 보험보다 일반 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손보사와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