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맞물려…與 ‘4월 추경론’

與 “1분기 넘어 필요성 보겠다”
계엄 여파에 현실론 물밑 확산
대선 구도 속 당정 주도권 고려
“국가신용·금리 고려” 우려도


국민의힘이 오는 4월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하는 ‘조기 추경론’ 가능성을 열었다. 올해 1분기(1~3월)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결과를 바탕으로 선별적인 추가 재정 투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선용”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추경 요구를 원천 차단했던 기존 입장에서 진전된 것으로, 조기대선 가능성과 맞물린 변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경 편성에 부정적이었던 정부도 전향적인 입장 내놓으면서 실제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작년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예산의 조기집행에 집중하는 게 국민과 민생을 위해 바람직하기에 일단 거기에 집중하고, 1분기를 넘어 (추경 편성) 필요성을 보겠다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조국혁신당 등의 추경 요구에 “‘이재명 대선용’ 추경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권성동 원내대표)”고 선을 그은 것과 달리, 당정의 ‘예산 조기집행 우선’ 기조의 연장선에서 구체적인 시점과 함께 추경 검토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추경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도 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에서는 전례 없는 야당의 감액 예산안 처리와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연내 추경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물밑에서 확산돼 왔다. 거대 의석을 쥔 민주당이 여야 협상에서 추경 편성을 압박하는 데 대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속도전으로 이르면 4월 조기대선을 치를 가능성까지 열리면서, 이달 당정협의회에서는 ‘인구소멸지역’에 한해 지역화폐 예산을 추가 편성하는 등 여러 대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정상적인 예산 상황이 아닌 만큼 (추경 편성은) 상식적인 이야기”라면서도 “1~2월에 추경을 편성하면 민주당에 주도권이 넘어가지만, 4월쯤이라면 여야의 대선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정부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으로서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정부와 당정협의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에서도 추경과 관련해 전향적인 메시지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 원칙하에 국회와 정부가 (추경을)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지역화폐와 민생회복지원금에 중점을 둔 ‘민주당식’ 추경 편성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은 앞서 지역화폐와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지원, 청년 일자리 예산 등을 위한 ‘최소 20조원’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이재명표’ 정책으로 불리는 지역화폐는 지난해 여야의 2025년도 예산안 증액 협상이 최종 불발되며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막판 협상 당시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1조원의 지역화폐 예산 편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논리보다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경제 관료 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규모 추경으로 국가부채가 더 늘어날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피치(Fitch·글로벌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최근 나왔었다”라며 “추경을 하더라도 국가신용도가 결정되는 5월 이후에 예산 조기집행 효과를 보면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요구하는) 20조원대 추경은 세입 범위를 벗어나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라며 “지난번 야당이 삭감한 4조1000억원 이내가 세입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 규모”라고 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도 “(1분기 조기집행 규모인) 100조원도 다 쓰지 못할 수 있는데, 20조원을 더 안 쓰면 큰일날 것처럼 얘기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먼저 인하한 뒤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수순이 맞다”라며 “그 흐름을 파악한 뒤에 어느 만큼, 어디에 쓸지를 여야가 논의하는 게 제대로 된 순서”라고 강조했다. 김진·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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