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환자 살린 ‘예비 간호사’…5명 살리고 떠난 17세 청년의 ‘마지막 소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아들의 심장으로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들을 떠나보낸 부모님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가족들이 감사를 전했을 때, 아들을 떠나보낸 부모님은 오히려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간호사를 꿈꿨던 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9일 울산대학교 병원에서 엄태웅(17)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21일 밝혔다.

엄 씨는 지난 5일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구토하며 쓰러져 근처 포항의 한 병원에 갔다가 상태가 위급해 울산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의 기증 동의로 엄 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 환자의 회복을 도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가족들은 엄 씨가 아픈 사람을 진료하는 전문 의료인을 꿈꿨기에 삶의 끝에 누군가를 살리는 일을 하면 뜻깊을 것으로 생각했고, 아직 어린 엄 씨가 몸의 일부라도 다른 사람의 몸속에 살아 숨 쉬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길 소망하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엄 씨의 모친은 “태웅이가 장기기증과 관련된 뉴스를 볼 때면 ‘나도 저런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라며 “기증은 태웅이의 마지막 소원이었다고 생각했기에, 그 소원을 이뤄준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엄 씨는 밝고 쾌활하여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축구와 농구 등 운동을 좋아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경주시에 있는 효청보건고등학교에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했고, 호주에 가서 유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했던 꿈 많은 학생이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엄 씨의 가족들은 인체조직기증이 끝난 후, 먼저 진행되었던 장기기증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심장 이식 수술이 잘 진행되었으며, 그 가족들이 감사하다고 전해달라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부친 엄정용 씨는 아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아들아. 하늘나라에 가서 편히 잘 쉬고, 그곳에서는 네가 원하던 모든 걸 다 하길 바랄게. 너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전했듯이, 많은 사람이 너를 기억하고 하늘에서 행복하길 바랐으면 좋겠어. 사랑하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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