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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
여한구 위원 “우선 멕시코,캐나다, 중국 상황 지켜보자”
미, 한미 FTA 상반기에 언급하긴 힘들 것…윈윈 파트너 강조해야
[헤럴드경제=배문숙·양영경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협협정(FTA)을 언급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봐달라고 손 들 필요는 없다. 굳이 FTA 이슈를 수면 위로 올리지 말자는 의미다. 이보다 한국 제품에 10% 관세 때릴 상황에 더 집중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통상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FTA 재협상을 상기시키지 말고 조용히 물밑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이라는 각서를 통해 “미국의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라”고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보고서 기한은 오는 4월1일이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9쪽 분량 각서에서 한국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은 10여 차례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6개 조항의 발표문 가운데 1개 조항을 따로 할애해 중국에 대한 무역 불균형을 바로 잡으라고 지시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개선 지시에는 한 단락을 할애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참여했던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 각서 내용을 보면 미국은 경제 상황 등을 보고 어떤 조처를 할지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이나 한미 FTA가 타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드러났기에 우리로선 서두를 필요 없이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의 상황을 지켜보며 조용히 집중해서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미 FTA는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USTR 검토보고서에서 한미 FTA 관련 내용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2021년까지 미국의 14위 무역 적자국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순위가 올라 2023년 1∼8월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위 적자국에 올라있다.
장 원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USMCA와 한미 FTA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버거울 것”이라면서 “바로 개정 협상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므로 절대 상반기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 언론 기사들이 영문으로 번역돼서 미국 본국에 다 보고가 되기 때문에 한미 FTA 개정 협상 관련해서 자꾸 언급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대신 미국 내에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하는 공급망으로서 미국 경제에 많이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정부 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이뤄진다면 의회에 비준을 거치지 않는 소폭의 개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한미 FTA 는 국제법 효력을 갖는다. 자유무역 정신에 따라서 지켜야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미국과의 대화, 양자 협상 통로를 마련한다는 측면을 봐야한다”면서 “가장 최악인 게 한미 FTA 관심 없다가 갑자기 보편 관세 때리는 게 우리로서는 타격이 크다. 한국의 모든 제품에 대해 10% 관세 때리는 게 더 충격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협상 채널을 통해 논의, 설득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양국이 긴밀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측면에 우리에게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다고 상황을 희망적으로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무역협정 다시 보자고 한거니까 한미 FTA도 포함할 것”이라며 “문제점이 있으면 재협상을 요구한다는건데, 지금으로서는 한미 FTA에서 개정의 필요성이 나온 게 없으므로 문제가 될만한 점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그렇다면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려고 하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 정부부터가 불안정한 상황인데 동향 살피는 거 자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6년 첫 번째 대선 당시 선거 유세마다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이라고 비판한 후 취임 6개월 만인 2017년 7월 우리 정부에 한·미 FTA 개정을 공식 요구했다. 재협상은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진두진휘아래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픽업트럭 관세율을 양보하는 수준에서 이듬해 3월 조기 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