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수요 변동성에 대비해야


1986년 액화천연가스(LNG)를 처음 수입한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연간 약 4000만 톤 이상을 들여오는 세계 3위 LNG 수입국이다. 천연가스는 가정용·상업용·산업용·수송용·발전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2023년 기준 2천만 가구 이상이 사용하는 도시가스 보급률은 85.7%에 이르는데, 특히 가정에서 소비되는 전체 에너지에서 도시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7.5%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2023년 우리나라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천연가스를 원료로 생산한 전력 비중이 26.8%에 달할 정도로 역할이 점차 확대되면서 이제 천연가스는 우리 생활의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수급 관리를 위해 정부는 2년마다 향후 10년 이상의 기간을 아우르는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계획은 과거 천연가스 수요가 폭증하던 시기에는 천연가스 공급 설비 확충과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 등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범지구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이 확산하고 천연가스 공급에 직수입자 역할이 확대된 지금 시점에서는 수요 변동성에 대응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방안 마련에 초점을 둬야 한다.

수급계획의 토대가 되는 수요 전망의 정확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파악하고, 그 파급 효과가 얼마나 될지 가늠해 대비하는 것이다.

2023년 발표된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르면, 기온 변동으로 매년 천연가스 수요는 연간 400만 톤 이상 변동될 수 있고, 경제 성장 경로에 따라 15년 후 천연가스 수요는 연간 500만 톤 이상 변동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수요 변동 요인이 더욱 다양해지고 변동 폭도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극단적인 기온 변동이 빈번해지고 신재생 발전설비 계획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천연가스 수급 안정성을 유지하는 일은 갈수록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피할 수 없는 변동성은 가스 산업 참여자가 공동 부담해서 관리할 사항이며, 이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천연가스는 국가 경제에 필수적인 자원이므로 무엇보다 수급 안정을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국가스공사와 직수입자는 가스 수입·활용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급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근거해 국가 수급 관리를 하고, 규칙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정 명령이 자동 발동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수급 관리는 규제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에 기반한 비용 분담과 인센티브 체계로 개선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도입 계약 시 공급 용도를 명확히 구분해 가격에 대한 책임을 용도별 사용자에게 직접 부담시키는 한편, 장기 계약 물량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국내 저장설비를 활용한 트레이딩 허용 등을 통해 가격 안정성과 수급 유연성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최용옥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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