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한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사건에 대한 검찰 조기이첩설이 불거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지만 모두 불발됐다. 공수처는 끝내 23일 사건을 검찰로 넘기기로 했다. 윤 대통령 구속 후 3차례 조사 모두 무위에 그친 공수처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 재시도와 함께 현장조사를 추진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공수처는 “검사 및 수사관이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으나 피의자측이 현장조사와 구인 등 일체의 조사를 거부함에 따라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날 공수처는 비화폰 서버 확보 등을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나섰지만, 역시 실패했다. 공수처는 “대통령실은 오후 3시께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께 집행중지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검찰이 윤 대통령 기소권한이 없는 공수처에 대해 조기이첩을 요청하면서, 조급해진 공수처가 무턱대고 보여주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수처는 지난 21일에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 대통령의 구치소 복귀 시점에 맞춰 강제구인 및 대면조사를 시도하러 떠났지만, 윤 대통령은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오후 9시 9분께 구치소로 복귀해 조사는 불발됐다.
특히 공수처는 “윤 대통령 진료사실을 몰랐다”고 했다가 법무부가 공수처에 통지한 사실을 밝히자 “연락을 받긴 받았다”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공수처는 결국 윤 대통령의 진료 일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저녁 시간에 구치소를 방문해 강제구인·현장조사를 하려고 무작정 대기하다가 철수한 셈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윤 대통령의 병원 방문 계획을 알았냐는 질문에 대해 “미리 인지한 건 아닌데 약간 숨바꼭질 비슷하게 됐다”고 답한 바 있다.
관저와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경호처와 아무런 협의없이 일단 시도하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경찰도 지난 20일 삼청동 안전가옥과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재시도에 나섰지만, 경호처가 협조하지 않아 불발됐다. 경호처 측은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물건은 책임자나 공무소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조항을 근거로 집행을 불승인하고 있는데, 공수처는 이미 경찰이 실패한 압수수색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특히 대통령경호처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훈 경호차장이 이날 오전부터 국회 청문회 출석을 위해 자리를 비우면서 집행 승인은 더욱 요원한 상황이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시간이 촉박한 공수처가 뚜렷한 계획없이 ‘뻗치기’식 수사만 시도하고 있다”며 “답보 상태인 공수처가 검찰 이첩을 미룰 근거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공수처는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로 넘기기로 했다. 이날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인 피의자 윤석열의 내란우두머리 등 피의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공소제기요구처분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피의사실에 대해 “전 국방부장관 및 군사령관 등과 공모해 작년 12월 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켰다”며 “직권을 남용해 경찰 국회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