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사회복지사 주혜련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삶의 끝에서도 새로운 생명을 위해”
불편한 이를 위해서라면, 휴식도 마다하던 배려심 넘치는 사람. 20년 넘게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며 봉사 정신을 실천한 사람.
늘 남들을 위해 고생을 자처하던 사회복지사가 세상을 떠나는 길에서까지 4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0월 9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주혜련(41)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23일 밝혔다.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사회복지사 주혜련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주 씨는 지난해 9월 29일 주차장에 쓰러져,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후 주 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주 씨는 20살에 “삶의 끝에서 누군가 새로운 생명을 받는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지 않겠냐”며 동생과 함께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어려운 이를 위해 살아온 주 씨의 착한 마음이 마지막 순간에도 지켜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에 동의했다.
장애인복지시설 이용자들과 여행을 떠난 사회복지사 주혜련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전라북도 군산에서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주 씨는 조용하고 차분하며, 무슨 일이든 먼저 나서서 알아서 잘 해내는 성격이었다. 무엇이든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풍선, 캔들, 리본, 포장 등 8개의 핸드메이드 자격증을 보유했다.
또 부천시의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지적장애인의 자립을 도와주는 자립지원팀의 팀장으로 일했다. 20년 넘게 근무하며 이용자들의 삶을 위해 노력해 왔다.
평소 나보다는 남을 더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있어, 근무하는 날이 아니어도 도움이 필요하면 늘 먼저 도움을 주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
장애인복지시설 이용자들과 여행을 떠난 사회복지사 주혜련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2018년에는 부천시장으로부터 시민 복지증진에 대한 공로에 대한 표창장을 수여 받기도 했다.
복지시설에서 함께 생활했던 황은숙 씨는 “제주도에 같이 여행도 가고, 놀이동산에 가서 햄버거도 먹고 놀이기구 탔던 것들이 생각나요. 하늘나라에 가서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주 씨의 착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어렵사리 장기기증에 동의한 가족들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주 씨의 어머니는 다음 생애도 자기 가족이 되어 달라는 눈물 섞인 편지를 남겼다.
“혜련아! 엄마 품으로 와줘서 고맙고, 사는 동안 고생 많았어. 다음 생에도 꼭 엄마 딸로, 엄마 품으로 와줘. 사랑한다. 그리고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