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매출 4.5배 증가…올해도 2배 성장 전망” [SK하이닉스 창사 최대실적]

“2026년 HBM 공급량 상반기 가시화”
빅테크 고객사 확대로 폭풍성장 기대
범용 D램은 당분간 가격 조정 거칠듯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 삼성전자 전체의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일등공신은 단연 ‘고대역폭메모리(HBM)’다. 4분기 HBM 매출 비중은 전체 D램 중 40%까지 늘어났다. 범용 메모리 보다 안정성과 수익성이 커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올해도 이 같은 ‘HBM 효과’는 계속될 전망이다. IT기기 수요 부진으로 저렴한 범용 메모리 시장은 단기 불황이 예상되는 반면, HBM을 포함한 AI용 고성능 메모리 시장은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고객사의 확대로 폭풍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HBM 매출 2배 늘 것”…올해도 불티나게 팔린다=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 8조828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순이익은 8조65억원, 영업이익률은 41%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등 전사 영업이익인 6조5000억원을 훌쩍 넘는 수치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건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매출 비중이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된다.

김우연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4년 HBM 매출은 전년 대비 4.5배 이상 확대되며 D램의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며 “현재 12단 HBM3E 공급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 계획대로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AI데이터센터용 eSSD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그는 “기업용(e)SSD 매출이 전년 대비 300% 성장하며, 흑자 전환을 이뤘을 뿐 아니라 연간 기준으로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AI 시대에 요구되는 고용량·고성능 스토리지 솔루션 제품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신규 수요를 선점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HBM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 CFO는 “올해 HBM 매출은 강한 고객 수요를 기반으로 전년 대비 1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6년 주력 제품인 HBM4는 이미 1b 나노 공정 기반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 양산 준비를 마무리하고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또 “16단 HBM4 공급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한다”며 “어드밴스드 MR-MUF 공법은 16단 HBM3E 제품에 선제 적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16단 HBM4 양산에도 적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c 나노 공정을 향후 HBM4E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1c 공정 제품은 이미 개발 단계에서 초기 양산 목표 수율을 상회하고 있어 앞으로 양산 확대시 유의미한 원가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규현 D램마케팅담당은 “일부 고객과 이미 2026년 공급 물량 논의를 시작했고, 올 상반기 중 내년 물량 대부분의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HBM의 높은 투자 비용과 긴 TAT를 수반하는 사업임을 고려해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선제적으로 공급 물량 확보하고 사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장기 계약 체결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SK하이닉스의 HBM 평균 매출을 25조4155억원으로 예상하며, 지난해보다 12조1180억원 증가할 것으로 봤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HBM 시장 규모가 380억달러(55조원), 내년에는 580억달러(83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 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다양한 빅테크가 자체 AI칩을 설계하며 HBM 수요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막대한 영향력은 당분간 계속된다. JP모건은 2027년 구글, 아마존 등 4대 빅테크의 구매 비중이 전체 HBM 시장의 29%에 이르고, 나머지 71%를 엔비디아가 독식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HBM 물량 대부분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새 AI가속기 ‘블랙웰’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가 탑재된다.

▶범용 D램은 당분간 가격 조정…“수익성 증명 제품에 집중”=범용 메모리 시장은 당분간 가격 조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HBM 등 고성능 AI용 메모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규현 담당은 “올해 HBM 중심으로 AI 메모리의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반 D램은 완만한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는 AI PC·스마트폰 등에 고사양·고용량 메모리 탑재 수요가 늘고 컨슈머 제품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며 수급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는 수익성이 확보 전제된 HBM 공급에 집중하면서 신중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한정된 캐파(생산능력) 안에서 범용 메모리 생산보다 AI 메모리 생산을 우선에 두고 있어 과거 사이클과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연 CFO는 “AI용 수요가 성장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 물량과 가격 중심의 범용 시장에서 고성능·고품질 중심의 고객 ‘맞춤형’ 시장으로 변화되고 있다”며 “고객의 높은 요구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메모리 업체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의 계속된 성장세에 대해 자신감도 드러냈다.

김 CFO는 “올해부터는 생성형 AI 기반의 서비스와 에이전트 출시가 확대되고 AI 내 추론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며 고성능 컴퓨팅에 필수적인 HBM과 고용량 서버 D램에 대한 수요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2~3년 내에는 AI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 HBM의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민지·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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