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계 교수 67% “경제 내리막길”
내수 부진과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까지 덮쳐 기업심리가 석 달째 악화되는 등 펜데믹 수준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상경계 교수 10명 중 6명 이상은 국내 경제가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피크 코리아’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지난달보다 1.4포인트(p) 낮은 85.9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초반인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제조업은 일부 업종의 수출 개선에 힘입어 개선됐으나 비제조업이 건설경기 둔화 등으로 악화되면서 전체 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로도 심리 방향성이 달랐다. 제조업 중 대기업의 CBSI는 92.3으로 전월 대비 4.0p 올랐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전월 대비 0.4p 낮은 85.3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기업들은 경영 애로 사항으로 내수부진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꼽았으며 제조업의 경우 환율을, 비제조업의 경우 인력난·인건비상승을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가리켰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더한 1월 경제심리지수(ESI)는 86.7로 전월에 비해 3.4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순환변동치는 88.1로 전월에 비해 1.3p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8~15일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3312개 기업이 응답했으며 그중 제조업이 1852개, 비제조업이 1460개였다.
이와 함께 국내 상경계 교수들은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정부 예상치보다 낮은 평균 1.8%로 추정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진입했음을 의미하는 ‘피크 코리아’ 주장에 대해서도 66.7%가 동의한다고 밝혀 부정적인 전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상경계열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국경제 중장기 전망 및 주요 리스크’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11명의 57.6%가 2025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1.8%)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 등 한 나라가 가진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경제성장률 수준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이 ‘2.0% 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대부분은 ‘1.7~1.9%’(31.5%)로 내다봤으며 ‘1.4~1.6%’가 12.6%, ‘1.1~1.3%’가 13.5%로 나타났다.
‘2.0%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2.4%이며 ▷‘2.0~2.2%’(32.5%) ▷‘2.3~2.5%’(9.0%) ▷‘2.6~2.8%’(0.9%) 순이었다.
피크 코리아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6.7%가 ‘어느 정도 동의’(52.3%)하거나 ‘매우 동의’(14.4%)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동의’ 응답은 총 31.5%로, ‘그다지 동의하지 않음’이 29.7%, ‘매우 동의하지 않음’이 1.8%였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기업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조치로는 10명 중 4명이 ‘생산성 향상 노력’(40.6%)을 꼽았다. 경제 재도약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는 ‘기업 설비투자 지원 및 연구개발 촉진’(34.3%),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22.8%) 등을 지목했다.
김은희·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