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 석 달 연속 하락…펜데믹 이후 최저

1월 기업심리지수 85.9
2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
다음달 경기전망은 2.5p↑


여의도 전경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기업심리가 석 달째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우려나 원/달러 환율 상승도 기업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지난달보다 1.4포인트(p) 낮은 85.9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초반인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제조업은 일부 업종의 수출 개선에 힘입어 개선됐으나 비제조업이 건설경기 둔화 등으로 악화되면서 전체 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조업 CBSI는 제품재고, 업황, 신규수주 등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며 전월 대비 1.9p 오른 89.0을 기록한 반면 비제조업 CBSI는 채산성, 매출, 자금사정 등이 하락을 부추기며 12월보다 3.9p 내린 83.6으로 집계됐다.


기업 규모별로도 심리 방향성이 달랐다. 제조업 중 대기업의 CBSI는 92.3으로 전월 대비 4.0p 올랐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전월 대비 0.4p 낮은 85.3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황 팀장은 환율을 핵심 요인으로 지목하며 “대기업의 경우 자동차나 화학제품 등 일부 분야에서 수출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중소기업은 큰 비용 부담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다음달 기업심리지수 전망은 전월에 비해 2.5p 상승한 85.4로 조사됐다. 제조업(89.1)과 비제조업(82.6)에서 전월 대비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황 팀장은 “지난달 트럼프 신정부의 통상 정책 변화가 굉장히 큰 리스크로 다가오면서 전망에 많이 반영됐는데 이번에는 약간의 완화 기대감이 반영되며 소폭 상승한 것”이라면서 “내수 부진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게 해소되려면 정치 불확실성 등이 같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세부 업종의 BSI 변화를 보면 제조업에서는 화학물질·제품, 전기장비, 1차 금속 등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보였으며 다음달에도 이들 부문이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비제조업의 경우 건설업, 정보통신업, 운수창고업 등을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기업들은 경영 애로 사항으로 내수부진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꼽았으며 제조업의 경우 환율을, 비제조업의 경우 인력난·인건비상승을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가리켰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더한 1월 경제심리지수(ESI)는 86.7로 전월에 비해 3.4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순환변동치는 88.1로 전월에 비해 1.3p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8~15일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3312개 기업이 응답했으며 그중 제조업이 1852개, 비제조업이 1460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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