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베스틸 손실 예상액 900억 파장
1심 사측 승소→2심 근로자 측 승소
대법, 근로자들 손 들어줘…통상임금 범위 넓혔다
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국내 주요 철강사인 세아베스틸과 근로자들이 맞붙은 사건에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세아베스틸은 이번 소송의 여파로 인한 손실금을 890억여원으로 잡았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숙연)는 23일 세아베스틸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미지급된 임금을 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근로자들 측 승소로 판결한 원심(2심) 판결 대부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이 중요했던 이유는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소송이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급여다. 각종 수당과 퇴직금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이 때문에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지면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반대로 좁으면 사측에 유리하다.
세아베스틸은 그간 연 800%의 상여금을 짝수월과 7월에 각각 100%씩, 4월에 200%를 지급했다. , 지급일 기준으로 재직하고 있는 근로자에게만 지급했다. 갈등은 어기서 시작됐다. 소송을 낸 근로자들은 “재직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며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혀달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부장 신헌석)은 2017년 4월, 사측 승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은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전혀 지급받지 못하므로 이를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고정성도 없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에선 근로자들 측 승소로 판결이 뒤집혔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38민사부(부장 박영재)는 2018년 12월,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은 지급 기간이 수개월 단위라도 이는 근로의 대가”라며 “재직자조건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기본급과 정기상여금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며 고정급 형태인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을 붙여 지급하지 않는 것은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2018년까지만 해도 재직자 조건 등이 있는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9일 재직 여부, 근무일수 등을 지급 조건으로 정한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법리를 변경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직조건이 부가됐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변경된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이번에도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이 유효하나 정기상여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심(2심) 판단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연간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하는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재직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단, 대법원은 근로자들 일부에 지급한 장애인수당 등은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이 부분에 대해선 원심(2심) 판결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후속 판결”이라며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의 효력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