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건설경기 예상보다 악화
경제 위기요소 1분기도 이어질 듯
금리인하·추경편성 유인 더 커져
건설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 한 현장 모습 [연합] |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2.0%로 겨우 턱걸해 ‘2%대’ 선이 위협받은 가운데, 4분기 들어 비상계엄에 따른 급격한 내수 위축과 전망보다 더 악화된 건설 경기가 직접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연간 민간소비 증가폭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당시인 2020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2023년 반등했던 건설 투자도 지난해 감소 전환됐다.
이 같은 위기 요소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돼 저성장 극복을 위해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후속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2024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은이 전망한 2.2%를 하회한 것으로 2%를 겨우 방어한 셈이다. 원인은 민간소비 증가 폭 축소와 건설투자 감소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
일단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은 1.1%로 전년(1.8%) 대비 0.7%포인트(p) 줄었다. 이는 전 국민이 거리두기를 했던 2020년(-4.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건설투자도 2022년 -3.5% 역성장에서 2023년 1.5%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다시 -2.7%로 감소 전환되며 전체 경제성장률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1월 전망 때 4분기 0.5% 성장으로 봤는데 실질 수치는 0.11%로 나와 부문별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쪽에서 전망치와 차이가 많이 났다”며 “11월 전망 이후 12월에 정치 불확실성 확대되면서 경제심리가 많이 위축돼 이 같은 부분이 민간 소비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 투자의 경우 기존 건설선행지표로 보는 수주, 착공이 안 좋은 영향이 지속된 가운데 12월 신규 분양 등 실적이 많이 안 좋게 나왔다”며 “건설 분야는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한 부분보다 심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4분기 전망했던 경제성장률보다 실질 성장률이 큰 폭으로 낮게 집계되면서 전체 연간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4분기 항목별 GDP 기여도를 봐도 건설투자가 3분기에 이어 -0.5%p로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기여도를 나타냈다. 민간소비는 3분기 0.3%p에서 4분기 0.1%p로 줄었고 설비투자도 0.6%p에서 0.2%p로 감소했다. 순수출의 경우 지난해 3분기 -0.8%p에서 4분기 0.1%p로 올라섰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부진한 경제 성장이 올해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로 봐도 1.5%, 1.2%로 성장 흐름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인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 국장은 “수출여건과 내수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성장세가 약화됐고 이런 흐름으로 가면 올해 1분기도 전기 대비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반기 경기 하방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올해 1%대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은은 앞서 지난 20일 경기 평가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이 종전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한은이 지난해 2월 내놓은 전망치(2.3%)와 비교하면 최대 0.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직전 전망보다 약 0.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올해 설비투자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건설투자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의 경우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잔존하나 당장은 관세 정책과 관련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정책 추진 속도나 개별 교역국의 대응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플레이션감축법이나 반도체법 등 바이든 정부 정책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은 확실시되고 있어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 등 지원금을 받아온 업종에서는 대미 수출에서 안 좋은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지난해 4분기 발생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올해 1분기는 물론 연간 성장률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 하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정부나 정치권에서 추경과 관련한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가시화되면 민간소비 심리 위축이나 건설투자 부진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월 한은이 연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한 이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유인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앞선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3개월 안에 금리를 내리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추경 편성을 국회와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시행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조원 규모 추경을 요구하고 있고, 이창용 총재도 15~20조원 규모의 추경 규모를 언급한 바 있다. 김은희·정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