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훈민정음’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먹과 붓으로 써 내려가며 독창적인 예술로 발전시킨 ‘한글서예’가 국가유산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를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한글서예는 먹과 붓을 사용해 한글을 쓰는 행위와 그에 담긴 전통 지식을 포괄한다.
한글서예는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반포된 15세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을 기록한은 중요한 수단으로 전해져왔다. 왕실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그간 종이를 비롯해 금석, 섬유 등 각종 매체에서 쓰였다. 일상에서 주고받은 편지, 한글로 쓴 문학 작품 필사본 등 종류도 다양하다. 판본체(조선시대 중·후기까지 주로 인쇄를 목적으로 하는 판각본에 사용한 서체), 궁체를 비롯해 저마다의 필체인 민체까지 다채로운 서체와 필법이 발전했다.
한글서예 모습 [세계서예 전북비엔날레] |
시대별로 변화하는 미감과 사회상을 담고 있는 한글서예는 문자를 이용한 독창적인 조형예술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소전 손재형(1903~1981), 갈물 이철경(1914~1989), 일중 김충현(1921~2006) 등 대표 서예가들은 한글 서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갈물한글서회, 한국서학회, 세종한글서예큰뜻모임 등 단체를 중심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문자 디자인의 요소가 강조된 멋 글씨 예술(캘리그래피) 분야로도 저변을 넓히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는 다양한 교육기관이나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현재에도 왕성하게 전승되고 있고, 온 국민이 향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