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까지 감행한 고려아연…MBK “주총 파행 꼼수” 비판 [투자360]

해외 자회사 동원해 모회사 영풍과 ‘상호주’ 구성
최윤범 회장, 영풍 의결권 제한 효과로 경영권 보호 강조
MBK-영풍, “공정거래법 사각지대 활용해 자본시장 우롱”


[연합]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공정거래법 사각지대를 활용해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고려아연 손자회사를 통해 모회사 영풍의 지분 10%를 취득하며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

순환출자를 엄격히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을 피하기 위해 ‘해외 소재’ 손자회사를 동원했다. 고려아연은 모회사인 영풍과 손자회사가 ‘상호주’ 관계가 되면서 상법상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물론 최 회장과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상태다.

22일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 씨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던 영풍 지분 10.3%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SMC가 지분 취득에 투입한 금액은 575억원이다.

이는 상법의 의결권 제한 규정을 활용하기 위한 조치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A 회사가 B 회사의 발행주식의 10% 이상을 소유할 경우 B 회사는 A 회사에 대한 주식 의결권이 없어진다. 이때 A 회사에는 자회사까지 포함되나 SMC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상법상 자회사로 인정된다.

고려아연은 SMC가 모회사 영풍의 지분 10%를 소유한 만큼 해당 상법에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소유 비율은 25.42%로 1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MBK-영풍 측의 생각은 다르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의 경우 ‘국내 주식회사’에 한정해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SMC는 해외법인인 데다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인 점도 강조하고 있다.

MBK 측은 “외국기업이자 유한회사에는 상법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라며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규제도 외국회사에 적용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최 회장이 도의적, 법적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지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만든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임시주총 파행을 유도하기 위한 부적합한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동시에 해외법인을 통해 법을 회피한 행위를 두고 역외 탈법 행위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적대적 M&A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을 적용 받지 않는 해외법인을 통한 상호주 관계를 만드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 없다”라며 “해외법인 역시 상법에 따라 모회사와 상호주 관계가 인정된 대법원 판례도 확인을 마쳤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과 최 회장의 의결권 제한 시도에 대항해 23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설명하고 정당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반면 고려아연은 “상법에 따라 임시주총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고 국가기간산업을 지켜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MBK-영풍 연합의 의결권 지분은 46.7%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자체 의결권은 20% 수준이며 우호주주를 모두 합산하면 39%대로 예상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신규 이사 선임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MBK-영풍이 의안상정금지 가처분을 통해 최 회장의 시도를 막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MBK-영풍의 이사회 장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최 회장의 고려아연 모자회사 순환출자구조를 만들면서 임시 주총 역시 안갯속을 헤맬 가능성이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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