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심의위원회 한 곳서 처리해 속도 더뎌”
임기반환점 돈 이 구청장 최대 성과도 ‘도시정비’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9일 오후 서울 양천구청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주택공급과 관련한 심의와 인허가를 자치구에서 담당하게 되면 주택공급 정체 문제가 해결 될 것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만나 서울시의 주거안정 해법으로 이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도시·주거 환경기본법은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수립 주체로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을 명시하고 있다. 구청장은 권한은 없다. 재개발, 재건축을 규정한 다른 법령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구청장은 “25개 자치구가 신청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1000개가 넘을 것”이라며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서만 심의를 하다 보니 주택 공급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같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장과 같은 기초자치단체장인 경기도 오산시, 김포시는 다 인허가권이 있어 경기도의 주택공급 속도가 빠르다”며 “주거 공급이 빠른 곳으로 사람들도 옮겨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법령을 개정해 구청장도 재건축, 재개발의 심의 인허가권을 갖게 해야 된다”며 “그렇게 되면 주민들의 의견을 능동적으로 반영하면서 훨씬 더 빠르게, 만족도가 높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도시 전문가로서 주민 숙원 ‘종상향’ 해결…“주민, 서울시 관계자 수십번 만나” = 이 구청장은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도시계획학 석사, 도시공학박사를 받은 도시 전문가다. 도시 재개발, 인허가 권한을 서울 자치구 구청장에게 줘야 된다는 얘기가 단순히 구청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로서의 제언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9일 오후 서울 양천구청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임기 전반기의 최대 성과도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꼽힌다. 이 구청장 취임 후 2년간 목동 14단지 중 13개 단지, 신월동 시영아파트 등 4개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서울 양천구에서는 64개 구역에서 도시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현재 양천구내 15개 아파트 단지의 정비계획이 마무리 단계”라며 “안전 진단 소급 적용을 받아 2년 정도 기간을 단축했다”고 말했다. 국통부는 2023년 1월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는 기존에 안전진단을 받고 있던 단지에도 소급적용됐다. 이는 이 구청장이 2022년 당선 이후 꾸준히 서울시와 국토부에 제안했던 정책이다.
20년간 주민 숙원사업이었던 목동 아파트 1·2·3단지 종상향 문제도 이 구청장의 손에서 해결됐다. 그는 주민의 경제적 피해는 최소화하면서도 서울시 종 상향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기존 기부채납 형식이 아닌 개방형 녹지 ‘목동그린웨이’를 제시한 것이다.
이 구청장은 “개방형 녹지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서울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과 서울시 사이를 수십 번 이상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과 심의위원으로부터 둘다 공격을 받았다”며 “하지만, 결국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털어놨다.
▶목동운동장 통합개발·서부터미날 개발사업도 ‘순항중’=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아파트 재건축 사업 뿐만 아니다. 그동안 진척이 없던 사업들이 순항하면서 이 청장이 양천구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일각의 평가도 나온다.
목동운동장 유수지 일대 통합 개발이 대표적이다. 목동운동장은 1990년 개장한 체육 시설이다. 시설이 노후화하면서 복합 체육·문화 시설로 리모델링하자는 요구가 잇따랐다. 양천구는 2023년 6월 열린 ‘서남권 균형발전 방안 토론회’에 야구장과 주 경기장은 돔구장으로 리모델링하고 유수지 부지에 주차복합시설과 테니스장 등을 설치하는 내용의 개발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양천구의 개발안을 토대로 이 일대를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사업도 올해 하반기 첫 삽을 뜬다. 서부트럭터미널은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6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지만 제도 해석을 둘러싼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구청장 부임 후인 2023년 서울시가 계획안을 승인 고시하면서, 사업은 본격화됐다. 서부트럭터미널 부지에는 물류·유통·상업 기능을 제공하는 종합시설과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다. 지하 7층~지상 25층 규모다.
▶하반기에는 교통인프라 확충에 방점… “교통, 재건축·재개발 흐름 못따라가”=이 구청장은 임기 전반부에 주택 재정비에서 성과를 냈다면, 하반기에는 ‘교통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정상 궤도에 진입했지만 교통 인프라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동선과 강북횡단선 등 경전철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벽을 넘지 못했다. 이 구청장은 “경전철 사업이 수익사업이 아닌 교통복지 관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울시와 함께 사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경전철 사업을 조속히 재추진할 것”이라며 “서울시에서 재구조화를 다시 하고 있다. 그 작업에 같이 참여해서 양천구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차량기지 이전과 2호선 김포 연장선도 핵심 추진 과제다. 양천구와 김포시는 ‘서울2호선 신정지선 김포 연장(까치산역~김포) 및 신정차량기지 이전’ 관련 사전타당성조사 공동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신월동 일대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2호선 신월사거리역을 신설하고, 신정차량기지를 김포로 이전한 뒤 해당 부지를 개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는 “김포시와 함께 만든 안이 올해 6월까지 국토교통부의 광역 교통 시행계획에 반영이 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사업이 ‘구상’ 단계였다면 이제 계획으로서 추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혼란상황에서 민생과 경제위기는 당면한 문제다. 이 청장은 이에 대해 “사실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며 “여러 가지 복지에 대한 계획들을 더 촘촘하게 잘 집행되고 있고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피는 일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경예산 편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용보증을 확대하거나, 지역사랑 상품권을 추가 발행하는 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9일 오후 서울 양천구청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