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 “말도 안되는 전쟁 멈춰야” 이례적 경고…압박카드 1순위는?

트럼프 “러, 우크라이나 협상 안하면 관세”…이례적 경고
1순위 제재 “러 석유·가스 수출 막을수도”
러 “우크라戰, 근본 원인 해결이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가 종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고율 관세와 고강도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22일(현지시간) 밝히면서 어떤 제재 카드를 꺼낼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와는 다르게 러시아 석유와 가스 수출을 전면 금지할 수 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에너지 사업을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대러 추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이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가 협상에 참여해야한다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20일 푸틴 대통령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 그는 협상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인플레이션을 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 시 관세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그는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협상에 나오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 중인 푸틴 대통령에 대해 “그는 잘하고 있지 못하다. 러시아가 더 크고 잃을 병력도 많지만, 국가는 그렇게 운영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해 “만약 곧(soon) 협상하지 않으면 조만간 러시아 및 다른 국가에 높은 수준의 세금, 관세,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자”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친푸틴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과거 바이든 행정부에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대한 혼란이 가중될 우려로 러시아 원유 및 가스 수출을 금지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이 같은 제재도 염두에 둘 수 있다는 분석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를 도입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우회해 제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 상한제는 러시아가 원유 수출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를 일정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게 한 일종의 제재 수단이다.

실제로 G7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배럴당 60달러라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러시아 쪽에 전쟁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주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러시아 원유의 흐름을 보장해 유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 2023년 10월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세수가 전 달보다 배 이상,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이상 각각 증가했다면서 러시아의 갖가지 우회 전술로 유가 상한제의 제재 효과가 효력을 잃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16일 미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 제재가 “지나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며 “러시아 주요 석유 회사에 대한 제재를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100% 찬성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선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임기 초반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성과를 내기 위해 특유의 블러핑(허풍)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 C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 제재 수단으로 관세 카드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는 멕시코, 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그의 의지에 굴복하지 않을 경우 이들 국가에 가할 수 있는 경제적 무기를 러시아에도 배치할 수 있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트럼프는 지난 수개월 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에 휴전 협상을 촉구해 왔다”며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모스크바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를 유지하고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협상이 어떤 내용인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의 드미트리 폴랸스키 차석대사는 “단순히 전쟁을 끝내는 문제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협상(deal)’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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