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실세 실리콘밸리 마피아들…‘A·B·C·D 투자’ 뜬다 [신동윤의 투자,지정학]

빅테크 출신 인사들 행정부 핵심 요직에 임명
트럼프家 삼촌이 된 머스크 신흥 실세 급부상
피터 틸도 부통령 밴스 추천 등 영향력 막강
데이비드 삭스·켄 하워리도 실리콘 주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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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주요 IT 업계 인사들의 과거 모습 [포천] ① 피터 틸 前 페이팔 CEO, 現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CEO ② 맥스 레브친 前 페이팔 CTO, 現 어펌 CEO ③ 루크 노섹 前 페이팔 공동 창업자 ④ 켄 하워리 前 페이팔 공동 창업자, 現 駐덴마크 미국 대사 ⑤ 데이비드 삭스 前 페이팔 COO, 現 美 인공지능(AI)·가상자산 차르 ⑥ 키스 라보이스 前 페이팔 경영개발 총괄부사장, 現 코슬라벤처스 파트너 ⑦ 리드 호프만 前 페이팔 부사장,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⑧ 로엘로프 보타 前 페이팔 CFO, 現 유니티 이사회 의장 ⑨ 러셀 시몬스 前 페이팔 공동 창업자, 옐프·러너바나 창업자 ⑩ 자베드 카림 前 페이팔 개발자, 유튜브 공동 창업자 ⑪ 제레미 스토펠만 前 페이팔 엔지니어링 부사장, 現 옐프 CEO ⑫ 앤드류 맥코맥 前 페이팔 IPO 담당 ⑬ 프리말 샤 前 페이팔 제품매니저, 비영리재단 Kiva 공동 창립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드디어 출발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때,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0년)에서 ‘책사’ 역할을 담당했던 실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최근 ‘1호 친구(first buddy)’로 불리며 신흥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직접적으로 저격하며 충돌이 벌어졌는데요.

배넌이 머스크를 향해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에 나선 이유의 한가운데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미국 ‘H-1B’ 비자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머스크 역시도 과거 H-1B 비자 보유자로서 미국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배넌은 “H-1B 비자 문제는 전체 이민 시스템이 기술 강자들에 의해 게임화돼 있는 것”이라며 “그들은 이를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꼬집었죠. 이 일을 두고 AFP 통신은 정치 애널리스트 다수의 평론을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내전이 트럼프식 혼란의 공포를 촉발했다”는 제목으로 담아냈습니다.

지난 1기 행정부 시기 이전부터 트럼프를 강력하게 지지했던 ‘반(反)이민’ 성향의 백인 블루칼라(노동계급)들이 2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당선인 주변의 요직을 차지하며 정책을 이끄는 실리콘밸리 출신 억만장자 인사들의 독주를 견제하고 나선 대표적 사례가 이번 ‘H-1B 비자 사태’라는 해석입니다.

기존 지지층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뚜렷한 특징은 실리콘밸리와 빅테크(대형 기술주) 출신 인사들이 행정부 핵심 요직에 중용됐다는 점입니다. 머스크는 가장 상징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물인 셈이죠. 미국의 기술·혁신 분야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외국계 기술 인력에만큼은 미국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는 게 ‘신(新)주류’들의 기본적인 생각인데요. 출발선 위에 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들은 최첨단 산업 정책을 구상·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혁신과 규제 철폐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타공인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장 크게 이목을 끌고 있는 인물은 머스크입니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머스크는 사실상 트럼프 정부 정책 전반에 관여 중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인 마러라고에서 진행된 행정부 요직에 대한 인선 작업에도 머스크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트럼프家 ‘삼촌’이 된 머스크

사실 머스크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것을 넘어, 그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삼촌’이라 불릴 정도로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머스크와 그의 아들 역시도 자연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간의 사이가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배넌으로 대표되는 기존 지지층은 물론,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이 머스크 견제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만큼 그의 지위가 높은 상황이란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션 더피 미 교통부 장관 지명자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테슬라가 미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받는 ‘완전자율주행(FSD)’ 서비스 관련 조사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바 있는데요. 특정 기업에만 혜택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란 해석과 함께 머스크에 대한 견제 의미가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오죠.

트럼프 행정부 실세가 된 ‘페이팔 마피아’

머스크를 비롯해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선 더 많은 빅테크 출신 인사들이 ‘실세’로 일할 준비를 끝마친 상황인데요.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인물’과 ‘키워드’는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공식적으로 직함을 맡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있는데요. ‘페이팔 마피아’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CEO가 그 주인공입니다.

틸은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의 공동창업자 마크 앤드리슨과 함께 J.D.벤스 부통령을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추천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틸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도 있는데요. 정부효율부 프러그램의 개발과 운영에 틸이 운영하는 장학금 ‘틸 팰로십’의 수혜자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꼽기도 했죠. 머스크와 틸의 공통 지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의 주요 인물들이란 점입니다.

‘페이팔 마피아’는 지난 2007년 미 경제지 ‘포천(Fortune)’이 가장 먼저 사용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용어인데요. 핀테크 기업 페이팔을 창업했던 공동 창업자들이 부와 인맥을 기반으로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 창업에 막대한 영향을 주면서 형성한 인적 교류 네트워크를 지칭하죠.

머스크는 페이팔의 초대 CEO를 역임했고요, 틸은 머스크에 이어 2대 CEO를 지냈죠.

페이팔 마피아 인사들은 지난 2002년 페이팔이 15억달러 가치로 이베이에 인수된 이후 다시 창업과 벤처 투자 일선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높은 가치의 혁신을 일으키고 자산을 증식하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서로 창업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경영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서로의 회사에서 임원으로 재직하며 동반 성장하는 데 크게 이바지해왔죠. 페이팔 마피아 구성원 중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책을 맡은 인사로는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데이비드 삭스 인공지능(AI)·가상자산 차르(총책임자),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정책실(OSTP) 국장 겸 대통령 과학 기술 보좌관 등도 꼽힙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탐내고 있는 그린란드의 소유국 덴마크 주재 미국대사로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 켄 하워리가 지명되기도 했습니다.

親 기술적 행보 방점 둔 트럼프 2기 행정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와 가장 크게 달라진 지점이 바로 테크업계 전반과 관계의 대립을 통한 긴장 관계를 청산하고, 친(親)기술적 행보를 통한 협력에 방점을 놓았다는 점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분석합니다.

과거 민주당 지지층으로 알려져 있던 실리콘밸리 주요 테크기업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로 많은 수가 입장 변화를 보인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은 것이기도 하고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발언권이 커진 ‘빅테크’ 출신 인사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고려해 보면 향후 투자 포인트, 바로 ‘수혜주’들을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주요 인사들의 배경과 사업, 그동안 한 발언과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맡은 임무 등을 고려했을 때 ▷인공지능(AI) ▷바이오/제약(Bio) ▷가상자산(Coin) ▷규제완화(Deregulation)를 꼽아볼 수 있을 듯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정책에서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앞세고 있습니다. 그동안 축적한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바탕으로 ‘로보택시(무인 택시)’ 사업화에 근접한 것을 비롯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 등에 나서고 있는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가 투자자들의 기대감 덕분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상승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셈입니다.

‘숨은 실세’ 틸이 창업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의 주가는 지난 17일 종가 기준으로 최근 1년간 337.62% 상승한 바 있는데요. ‘트럼프 수혜주’란 이유보다 미국 최대 ‘AI 방산 기업’이란 타이틀이 투심을 완전히 사로잡은 결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데이비드 삭스 AI·가상자산 차르(총책임자), 스리람 크리슈난 백악관 OSTP AI 수석 정책 고문 등을 전진 배치한 것도 AI 산업 발전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죠.

트럼프 2기 행정부 개막과 함께 주목해야 할 투자 분야로 국내 증권가는 물론, 미 월가에서도 꼽은 대표적인 섹터가 바로 ‘바이오/제약’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우선 약가 인하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것이 바이오시밀리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관련주 강세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규제를 줄이는 방향성은 바이오 관련 기술주에게 특히나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 규제를 줄이고, 혁신을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인수·합병(M&A)에 긍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충분히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죠.

비록 머스크와 갈등으로 인해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 자리를 내놓았다고 알려지만, 오하이오 주지사 자리에 도전장을 내민 비벡 라마스와미가 그동안 외쳐온 주장들에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바이오테크(BT) 부문 규제 완화 방향성에 대해 엿볼 수 있는데요. FDA가 유망한 치료법을 더 빠르게 승인하고, 처방이 시작된 후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게 라마스와미의 의견이죠. 구체적으로 FDA 표준 승인을 위해 요구되는 두 차례 임상 시험을 한 차례로 줄이는 게 적절하다고까지 말합니다.

이 같은 아이디어가 현실화한다면 제약회사들의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높아진 효율성은 실적으로 이어져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되죠.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자신을 가리켜 ‘가상자산 대통령’이라 칭하고,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capital)‘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요.

당선과 함께 인사를 통해 이를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가상자산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업계의 비판을 받았던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가상자산 성향의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이 차기 위원장으로 지명된 상태죠.

실리콘밸리 인사 가운데서도 데이비드 삭스 전 페이팔 COO가 AI·가상자산 차르로 임명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삭스는 리플(XRP), 솔라나(SOL)에 투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죠.

자타공인 머스크 역시도 친 가상자산 인사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머스크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도지코인(DOGE)’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도지코인의 아버지’란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수한 첫 대기업 중 하나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테크 vs MAGA vs 주류 보수…“문화 충돌 준비하라”

물론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테크파가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에도 힘든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분명 존재합니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테크파가 워싱턴으로 온다. 문화의 충돌을 준비하라(Tech is coming to Washington. Prepare for a clash of cultures)’란 제목을 통해 ▷공화당 주류 보수주의자 ▷미국 우선주의자(MAGA) ▷테크파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를 이끄는 3대 축으로 설명했죠.

이코노미스트는 ‘테크파’가 규제 완화와 우수한 해외 인재 유입을 기반으로 미국이 AI 등 기술 패권국 지위를 지키도록 하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서술했던 ‘H-1B’ 비자 문제를 두고 MAGA파의 주요 인물인 배넌과 충돌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같은 특징 때문이죠.

실제 MAGA파는 ‘미국만 우선한다’는 철학 아래 관세 장벽을 높여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미국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반(反)이민’ 정책을 취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경제와 안보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누르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놓기도 하고요. 주류 보수주의자들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꿈을 이어받아 극단적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세금과 정부 지출을 모두 줄이고, 규제도 대폭 제거해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합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승부사’ 기질이 뚜렷한 트럼프 대통령이 사안별로 다른 방향으로 정책적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느 미국 행정부보다 변동성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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