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력망 효율화·시설투자 증가
전력산업 슈퍼 사이클에 기대감
xAI에 공급·美 빅테크와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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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부산 사업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초고압 변압기 [LS일렉트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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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이 북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 전력시장 수요 확대에 힘입어 연간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주문이 쏟아지는 ‘황금기’를 맞아 올해 실적도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LS일렉트릭은 연결 기준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7.6% 증가한 4조5518억원, 영업이익은 20% 늘어난 389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공시했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작년 4분기 매출·영업이익도 분기 기준 역대 1위였다. 매출은 1조35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99억원으로 76.1% 늘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깜짝 실적에 대해 미국 전력망 효율화·기업 시설투자 증가에 전력사업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의 필수 장비인 전력기기 수요가 덩달아 늘었단 것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기존 캐시카우인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상황도 좋아 수익성 개선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력기기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AI 발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처리할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국은 송전 인프라가 대부분 1950~1960년대에 지어져, 노후 전력망 문제가 시급하다. AI 데이터센터의 초고압 변압기 품귀, 전력망 교체 주기가 맞물리며 제품 가격은 오르고 있다. LS일렉트릭 등 국내 업체들이 몇년치 일감이 쌓였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배경이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시장 호재에 힘입어 파죽지세의 성장 속도가 예상된다. 자동화 사업 부문 및 자회사의 실적 부진에도 전력기기·인프라 부문의 초호황이 호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미국 데이터센터 및 빅테크와의 협력 논의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운영하는 AI 개발사 미국 xAI 데이터센터에 전력기기를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IT 공룡 기업에도 배전반 부품 납품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미국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며 수혜가 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내 AI 인프라에 4년간 최대 5000억달러(약 718조원)까지 투자 규모를 확대한단 계획을 밝혔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어 AI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골자로, 이 또한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중장기적 호재로 평가된다.
한편 미국 수출 확대에 LS일렉트릭뿐 아니라 국내 전력기기 3사 모두 호실적을 거두거나 기대하고 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HD현대일렉트릭도 2023년 영업이익 3152억원에서 지난해 669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효성중공업도 시장 눈높이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회사는 미국 시장의 심상치않은 성장세에 생산 공장 건설 추진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022년 현지 배전반 업체 MCM엔지니어링을 인수했으며, 텍사스주 배스트럽에 첫 생산 거점을 마련 중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국내외 초고압 변압기 생산시설 증설에 3968억원을 투입한단 계획을 밝혔다. 울산사업장 내 부지에 공장을 신축하며 미국 앨라배마에서도 제2공장을 추가 증설한다. 효성중공업은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에 시험라인을 추가하고 시험·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