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창사 최대실적

작년 영업이익 23조원 사상 최대
2018년 슈퍼호황기 20조원 추월
4분기 영업익 8조원도 ‘사상 최대’
전체 D램 매출 40% HBM 이끌어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와 연간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며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시장 우위를 점한 HBM 기술력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이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을 견인했다.

SK하이닉스는 23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 8조8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3분기 세웠던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한 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41%에 달하며 순이익은 8조65억원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3면

연간 실적 역시 신기록을 수립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66조1930억원으로,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22년 44조6216억원보다 무려 21조원 많다. 연간 영업이익도 23조4673억원을 기록해 메모리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세운 20조8438억원을 6년 만에 넘어섰다.

역대 최고 실적은 HBM을 필두로 한 AI 메모리의 호황이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업계 선두의 HBM 기술력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통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에도 높은 성장률을 보인 HBM은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고, 기업용 SSD(eSSD)도 판매를 지속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증가로 메모리 시장이 고성능·고품질 제품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고객의 요구 수준에 맞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면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통해 재무 여건도 개선됐다. 2024년 말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조2000억원 불어났다. 차입금은 22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6조8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과 순차입금 비율도 각각 31%와 12%로 크게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HBM과 고용량 서버 D램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버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다 AI 추론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고성능 컴퓨팅에 필수인 D램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수요가 침체된 소비자용 제품 시장에서도 AI 기능을 탑재한 PC와 스마트폰 출시 확대로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올해 5세대 HBM인 HBM3E 공급을 늘리고 6세대 HBM4도 적기에 개발해 고객 요청에 맞춰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안정적인 수요가 이어지는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와 저전력 D램(LPDDR5) 생산에 필요한 선단공정 전환도 추진하기로 했다. 낸드는 작년에 이어 수익성 중심 운영과 수요 상황에 맞춘 유연한 판매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연간 고정배당금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상향하며 총 현금 배당액을 연간 1조원 규모로 늘렸다. 이에 따라 향후 배당시 고정배당금만 지급하고, 기존 배당정책에 포함됐던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는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우선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시황 조정기에도 과거 대비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 체질을 갖췄다”며 “앞으로도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위주로 투자를 이어간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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