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포성…트럼프 “미국서 안 만들면 관세 내야” [트럼프 2기]

“미국 와서 만들면 가장 낮은 세율”

법인세 21%→15% 공약 재확인

‘관세폭탄’ 예고 중국·캐나다·멕시코 맹공

‘미국 빅테크 규제’ EU에 불만 토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목요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첫 국제무대 연설에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다양하게 관세를 내야 한다”며 글로벌 관세 전쟁 포문을 열었다. 전세계 국가 지도자와 기업 수장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 우선주의’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관세 청구서를 날리겠다는 경고한 셈이다. 내달 1일 관세 부과를 예고한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향해서는 무역 적자를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전 세계 기업들에 대한 내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어라. 그러면 우리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러분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건 여러분의 권리이지만, 여러분은 매우 간단하게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관세는 우리의 경제를 강화하고 채무를 갚는 데 필요한 수천억 달러, 심지어 수조 달러를 우리 재정에 보탤 것”이라며 “일자리를 만들고, 공장을 세우고, 기업을 키우기에 미국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인들은 자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치솟고 있다. 몇십년 동안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수준”이라고 과시했다.

또한 법인세에 대해서는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는 기존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그는 “세금을 낮추겠다”면서도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15%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관세가 부과될 지는 연설에서 밝히지 않았다.

이에 외신들은 관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재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스콧 베센트를 비롯해 상무부 장관 후보 하워드 러트닉 등 주요 경제 내각이 임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미국 상원의 인준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이 그의 관세 계획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설에서)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멕시코, 캐나다를 향한 관세 부과도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국가에 대해 “모두 2월 1일부터 부과할 계획”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법 이민자와 일명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또 같은 날 멕시코·캐나다에서 유입되는 펜타닐의 원료가 대부분 중국에서 건너오는 것이라며 중국에도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패널이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예고해놓고 10%만 부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첫 임기때 중국의 관세는 크게 올랐다”고 답했다.

특히 이날 연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거듭 비판했다. 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도록 내버려뒀다”며 “미국이 중국과 공정하게 경쟁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에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그들(EU)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언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화상연설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거나 팩트를 과장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대중 무역적자가 지난해 1조1000억달러라고 사실과 다른 발언도 했다”며 “실제 무역적자는 2023년 기준 2791억달러”라고 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향해서도 “캐나다가 미국과의 무역 흑자로 2500억달러를 이득을 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필요없다”며 잘못된 정보를 말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대미 무역 흑자는 643억달러로 트럼프가 말했던 금액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는 “캐나다에 수년 동안 매우 다루기 어려웠다”며 “캐나다가 미국 북부 이웃 국가가 51번째 주가 되면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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