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값이 ‘금값’인데…산지 물김 3000톤 바다에 버렸다

생산량 급증에 산지 가격 급락세
마른김·조미김 가격만 고공행진
선물세트 중량 줄이고 가격 올려


김 양식장.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민 반찬인 마른김과 조미김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정작 원료인 물김 가격은 곤두박질하고 있다. 새해 들어 바다에 버려진 물김만 벌써 3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마른김(중품)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전날 기준 1467원으로 전년 대비 44% 올랐다. 평년보다는 57% 비싸다.

하지만 산지에서 양식 어가가 생산하는 물김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협중앙회 집계를 보면 지난 11~22일 물김 ㎏당 위판 금액은 588원으로 전년 동기(1609원)보다 63% 떨어졌다. 지난 21일에는 ㎏당 가격이 500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 11~22일 물김 위판 중량은 6만7245톤으로 32% 늘었는데 총 금액은 395억원으로 52% 감소했다.

물김 가격 하락은 생산량 급증 때문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신규 양식을 허가해 양식 면적이 다소 늘어난 데다 작황이 좋아졌고 불법 양식까지 늘었다.

경매에서 유찰돼 폐기되는 물김도 빠르게 늘고 있다. 물김이 폐기되는 건 생물이라 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수부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진도군과 해남군 두 곳에서 폐기된 물김만 2400톤에 이른다. 다른 지역까지 합치면 모두 3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진도에서는 1909톤이 폐기됐다. 해남에서는 494톤이 버려졌다. 전북 군산시와 전남 고흥군 등지에서도 지난주까지 약 300톤이 버려졌다. 폐기는 이번 주에도 이어졌다.

고흥군에서는 매일 15척 넘는 배의 물김이 그대로 바다에 폐기되고 있다. 열흘 새 고흥에서 폐기한 물김은 100척에 이른다.

산지 상황 악화에도 소매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식품·유통업체들은 설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김 중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높이고 있다.

이마트 설 선물세트 중 CJ비비고 초사리 곱창돌김 1호는 카드할인 가격이 3만9830원으로 지난해 설 때와 같지만 도시락 김, 캔김, 전장김(자르지 않은 김) 가운데 전장김은 20g짜리 4봉에서 3봉으로 줄었다.

동원F&B 양반 감태김 M11호는 제품 구성이 바뀌면서 전장김이 4봉에서 3봉으로 줄고 가격도 3만4230원으로 작년 설 때보다 1400원 올랐다.

해수부는 마른김 업체들이 물김 가격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관망하고 있는 것도 물김 폐기가 늘어난 이유로 보고, 마른김 업체가 물김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남과 진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수협이 물김 폐기 어민에게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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