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FOMC 앞두고 ‘연준 개입’ 시사
“적절한 시기에 연준 의장과 대화할 것”
“우크라 전쟁 끝내기 위해 유가 내려야”
트럼프 압박에 S&P500 최고치, 유가 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제55차 연례회의 중 의회 홀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원격 연결을 통해 본회의 대형 스크린으로 비춰지고 있다. [AP] |
오는 28~29일(현지시간)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예정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대적인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대선 캠페인 내내 저금리를 선호한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연준 개입을 공식 시사한 것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국제유가 인하를 압박하겠다고 밝혀 글로벌 금융·유가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연준에)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그리고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 금리는 우리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결정에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취임 3일 만에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것과 관련해 “낭비적인 적자지출 탓”이라면서 “그 결과 역사상 인플레이션 위기가 발생했고,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화상연설 이후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개최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다시 한번 연준을 겨냥했다. 그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대화하겠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라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 기대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연준이 왜 그 말을 따를 것이라보느냐는 물음에는 “내가 그들보다 금리에 대해 더 잘 잘고, 그 결정을 주로 내리는 사람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며 “그들의 안내를 많이 받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사실을 알릴 것이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OPEC에 유가인하를 압박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다보스포럼 화상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난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며 “그들이 고유가를 유지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채질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가가 내려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로 끝날 것이다. 지금은 유가가 전쟁이 계속될 수 있을 만큼 높다. 유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도 “유가가 내려오면 물가가 낮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금리가 내려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투자유치도 언급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60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언급한 후 “나는 (사우디)왕세자에게 1조달러까지 늘리라고 요청할 것이다”며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잘해줬기에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 발언에 나흘 연속 상승 마감하며 호재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8.34포인트(0.92%) 상승한 4만4565.07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2.34포인트(0.53%) 오른 6118.71, 나스닥종합지수는 44.34포인트(0.22%) 뛴 2만0053.68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 발언이 전해진 뒤 미 국채 수익률도 하락했다. 장 초반 4.32% 근처까지 올랐던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4.2%대로 내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인 달러인덱스(DXY)도 소폭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인하 압박에 국제 유가도 1% 안팎으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4.62달러로 전장 대비 82센트(1.09%)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 대륙간거래소(ICE)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배럴당 78.29달러로 전장 대비 71센트(0.9%) 하락했다. 정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