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셰일가스 지분 보유 SK이노 등
밸류체인 확대, 긍정적 전망 잇따라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 가스·석유 생산 확대를 뜻하는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정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화석연료 기조에 국내에서도 천연가스 관련주 주가가 상승하며 가치사슬을 넓혀가고 있다.
우선, 조선주들이 최근 잇달아 신고가를 이어가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 기업들의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조선 5개 사의 평균 상승률은 무려 26.12%에 달했다. 지난 21일 삼성중공업은 1만3860원까지 주가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으며 올해 들어 주가가 13% 올랐다. 한화오션도 21일 장중 5만5000원을 터치하며 신고가(5만5000원)를 갱신했다. 올해 들어 38%로 큰 상승폭을 보였다.
조선기자재주들도 덩달아 상승했다. 액화가스 운송과 저장시스템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주가가 7.99% 올랐고, LNG선반 엔진을 공급하는 한화엔진도 올해 21% 오르며 급등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조선주 외에도 트럼프 LNG 정책과 관련해 수혜를 볼 종목이 더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에너지 업종에선 미국산 LNG 도입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SK가스와 SK이노베이션 등 민자 발전사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에 ‘에쿼티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는 LNG 밸류체인 기업이다. 에쿼티 가스전은 LNG 프로젝트에서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지분을 보유한 가스전으로, 생산 가스에 대한 우선권과 수익 배분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이다.
특히, 국내 기업 중에선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게 ‘미국’에 에쿼티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스·석유 확대 정책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오클라호마주 북동부에 위치한 우드포드(Woodford) 셰일가스전 지분을 49.9% 보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연 120만t의 LNG를 확보한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호주 바로사 깔디따 가스전에서 연 130만톤의 LNG를 국내로 도입할 예정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에쿼티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미얀마 가스전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호주 세넥스에너지 인수를 통해 육해상 가스전을 개발·운영 중이다.
이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이 평균 15.4%에 달하는 국내 조선 대표 5사(삼성중공업 14%·한화오션 54%·HD현대중공업 13%·HD현대미포조선-10%·HD한국조선해양 6%)와 비교해 SK이노베이션 9%, 포스코인터내셔널 8%로 각각 소폭 상승에 그치며 추가 상승 모멘텀이 유효하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유일의 천연가스 도매사업자로 국내 천연가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도 ‘트럼프 수혜’를 봤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16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행정명령 다음 날인 22일 한국가스공사의 주가는 장 초반 3% 이상 오르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출범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LNG가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며 국내 관련 산업들의 수혜가 크게 기대된다”며 “LNG 확보부터 운송, 활용에 이르는 LNG 밸류체인 갖춘 기업들에 대한 평가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