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파월 대격돌의 시작…“금리 많이 내려야” 압박에 美 증시 어디로? [투자360]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상승…금리 선물시장선 ‘1월 동결’ 확률 증가
파월 의장 독립성 의지 강해…“대통령 권한 제한적…금리 낮추는 효과 없을듯”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가할 것이란 시그널을 보낸 가운데,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채권 시장의 반응은 잠잠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든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발언이 이날 새로 나온 게 아닌 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독립성 의지를 강하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식 시장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다포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또 “유가가 떨어지면서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금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를 따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개최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금리를 낮추기 위해 파월 의장과 대화하겠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연준이 그런 요구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자기가 “강력한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가 얼마나 떨어지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많이”(a lot)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채권 시장은 이날 당장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글로벌 채권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4.65%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4bp(1bp=0.01%포인트)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이날 발언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금리 선물시장 반응도 무덤덤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29일(현지시간)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9.5%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보다 0.6%포인트 오른 수치다. 29일(현지시간)엔 올해 첫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2025년 중 금리인하 횟수 기대도 큰 변동은 없었다. 연준이 2025년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회 인하할 확률은 33%로 반영, 하루 전(35%)보다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기간에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회견에서 “대통령이 최소한 거기(연준)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고, 또 “나는 많은 사례에서 내가 연준 사람들이나 의장보다 더 나은 직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때도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자신이 파월 의장을 연준 의장으로 임명했으면서도 재임 기간 지속해서 그가 정책 결정 시점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팬데믹 이후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섰을 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준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을 자주 게시하기도 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을 원칙으로 하거나, 이를 관행으로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곧바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미 뉴욕증시는 곧장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투심이 자극된 모습이 나타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2.34포인트(0.53%) 오른 6,118.71에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8.34포인트(0.92%) 오른 44,565.0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4.34포인트(0.22%) 오른 20,053.6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블루칩데일리트렌트리포트의 래리 텐타렐리 수석 기술 전략가는 “트럼프가 실제로 금리를 통제할 순 없지만 시장은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며 “지금까지 시장은 트럼프의 정책 방향을 선호한 것처럼 보이는데 앞으로도 그러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월 현 연준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 유지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FOMC 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할 경우 그만둘 것이냐는 기자 질의에 “안 하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미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진을 해임하거나 강등시킬 법적 권한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독립성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런 압박성 발언이 금리를 낮추는 데는 그다지 효과가 없을 전망”이라며 “미 대통령이 연준 관리들을 압박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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