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OO에 뿌려주렴” 장례문화 대변화 시작됐다 [세상&]

24일부터 산·바다에 뼛가루 뿌리는 산분장 합법화
서울시립승화원·추모공원, 산분장 이용자 계속 늘어


바다에 뼛가루를 뿌리는 산분장 모습. [네이버 블로그]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처음엔 선산에 묻히고 싶다고 하시던 부모님이 지난해 갑자기 ‘너희 오고 가기 번거로울 거 같다’며 매장보다는 산이나 바다에 뿌려달라고 말하셨어요”

우리나라 장례 문화가 바뀌고 있다. 기존 산에 묻는 매장은 공간 부족, 관리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유골을 태우는 화장이나 자연장(수목장)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산이나 바다에 뼛가루를 뿌려 장사를 지내는 산분장(散粉葬)도 합법화되면서 이런 방식의 장례 문화가 점점 뿌리내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화장한 유골을 분쇄한 뼛가루를 산 등에 뿌리는 산분장은 그동안 법에 규정되지 않아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였다. 1961년 제정된 장사법엔 매장·화장만 규정돼 있다가 2008년 수목장 등 자연장(自然葬)이 추가됐다.

여기에 산분장이 새롭게 포함되면서 지난 24일부터는 산분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만 아무 데나 뼛가루를 뿌리면 안 된다. 바다의 경우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곳이어야 한다. 뿌릴 때는 가루가 흩날리지 않게 수면 가까이에서 뿌려야 한다.

단 해양 보호 구역이나 어로 행위, 수산물 양식에 방해되는 지역 등에서는 산분장을 할 수 없다. 또 선박 통행로에서도 산분장이 금지돼 있어 바다를 오가는 여객선에서도 뼛가루를 뿌려선 안 된다. 상수원 보호 등의 문제로 강에서도 산분장이 금지된다.

육지에서 산분장을 할 때도 조건이 있다. 시설이나 장소가 마련된 묘지, 화장·봉안 시설, 자연 장지 등에서만 산분장이 가능하다. 아무 산이나 임야에 뼛가루를 뿌리면 안 된다. 뼛가루를 뿌린 뒤에는 잔디로 덮거나 깨끗한 흙과 섞어 뿌린 뒤 충분히 물을 줘야 한다.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19일 오전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을 찾은 성묘객들이 성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장면을 몇 번 본 적이 있어 당연히 가능한 것인 줄 알았다”며 “그동안 이렇게 한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불법도 합법도 아니었다니 좀 놀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에서 지난 1998년부터 산분장을 위한 유택동산을 운영 중이다. 또 용미 1묘지에 있는 추모의 숲과 나비정원에서도 산분장을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서울시 산분장에 안치된 누계 건수는 총 16만건에 이른다.

산분장 이용 수는 증가세다. 시설공단에 따르면 2024년 서울시립 장사시설 화장 건수는 총 1만330건이었는데 이 중 자연장 2642건, 매장 111건, 봉안 421건 등인데 비해 산분장은 7156건으로 가장 많았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승화원이나 추모공원을 이용하는 고객들께 매장, 화장, 자연장, 산분장 중에 선택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특히 산분장은 매장, 화장, 자연장과 달리 비용이 들지 않아 점차 이용자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공단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경우 매장은 최대 30년에 313만7500원, 봉안은 30년에 110만원, 자연장은 40년에 50만원의 비용이 든다. 반면 산분장은 무료다.

서울시는 산분장이 합법화되면 전보다 산분장을 선택하는 이용자가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독감, 폐렴 환자 급증으로 화장장을 예약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4일장을 치르거나 원거리 화장에 나서는 등 고충이 가중되자 서울시립승화원, 서울추모공원 화장장을 2시간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이로써 하루 평균 180건을 처리했던 화장장 두 곳은 앞으로 223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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