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춥다더니 왜이래!” 추위 대신 미세먼지 습격 [세상&]

연일 전국 하늘 뒤덮은 미세먼지
시민들 “밖에 나가기 두렵다” 호소
이날부터 미세먼지 서서히 해소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실시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도심.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봤는데 너무 뿌얘서 안개인 줄 알았어요.” (직장인 임아영 씨)

“마스크를 써도 밖에 나가면 미세먼지가 폐를 타고 들어와서 그대로 몸에 쌓이는 느낌이 들어요.” (대학원생 A씨)

‘미세먼지 습격’으로 지난 5일간 시민들은 마스크를 쉽게 벗지 못하고 외부활동을 줄이는 등 일상생활의 제약을 받아 불편함을 호소했다. 연휴 시작이자 토요일인 25일부터는 고기압이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미세먼지가 서서히 해소될 전망이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지난 20일부터 전국 곳곳의 지역을 뒤덮었다. 한반도를 통과하는 이동성 고기압이 공기의 흐름을 막아 대륙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대기에 쌓여서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충남 지역에서는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기도 했다.

직장인 임아영(35) 씨는 최근 출퇴근길에 오를 때마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미세먼지 상태를 확인한다. 임씨는 “앱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단계별로 나눠서 알려주는데, 이번주는 거의 대부분 ‘매우 나쁨’이었다”면서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미세먼지 없이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때 바깥 공기 좀 많이 마실 걸 그랬다.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주부 윤모(43) 씨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당일 옷장 안에 넣어둔 공기청정기를 꺼내고 가족 4명이 쓸 마스크 200개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윤씨는 “미세먼지가 워낙 안 좋으니 공기청정기를 하루 종일 돌려도 계속 빨간색 경고 불이 뜬다”면서 “겨울철만 되면 미세먼지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대학원생 A(29) 씨는 마스크를 착용해도 찝찝한 마음이 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KF94 마스크를 써도 미세먼지가 이렇게나 심한데 얼마나 걸러질까 싶다”라면서 “목도 칼칼한 것 같고 편하게 창문조차 열 수 없어 짜증난다”라고 했다.

미세먼지보다 강추위가 더 낫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인지현(25) 씨는 “사무실 창 밖으로 보이는 것이라곤 회색빛 먼지밖에 없다”면서 “차라리 찬바람 불고 추워도 맑고 파란 하늘 보는 게 좋다”고 전했다. 경기도 이천에서 근무하는 소모(31) 씨는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최악인 것보다 체감온도 영하 10도인 게 더 낫다”면서 “미세먼지 지옥에서 빨리 탈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이들도 늘었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임산부, 호흡기질환자·심혈관질환자 등은 면역력이 약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주 독감에 걸렸다는 최모(19) 씨는 방학이지만 ‘집콕’하며 건강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독감이 나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세먼지도 조심하게 된다”면서 “미세먼지가 걷히고 난 뒤에 동네 산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 강은지 씨는 “미세먼지가 심해 실내 놀이활동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보살피겠다고 학부모들께 연락을 돌렸다”면서 “아이들이 마스크 쓰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데다 놀이터에서 못 놀게 하니 불평불만이 많지만 유치원에선 철저히 실외활동을 삼가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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