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태도 ‘플러스’ 전환…연초 부동산 매매 늘어
전문가들 “당장 저렴한 고정금리, 변동금리보다 유리”
대출 조건 완화와 금리 인하, 그리고 하반기 예고된 규제 강화 등 ‘삼박자’에 올해 상반기 중 내집마련을 고민하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하반기에 대출 규제가 강화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끌어당겨 자가를 마련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A씨는 “새해 들어 은행들이 대출을 풀고 금리도 낮아지고 있는 데다, 하반기 규제 강화도 예정됐다는 소식에 지금이 집을 사야할 적기인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대출 조건 완화와 금리 인하, 그리고 하반기 예고된 규제 강화 등 ‘삼박자’에 지난해 말 억눌렸던 주택 구매 수요가 연초부터 집중적으로 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주택대출에 대한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4분기 -42에서 올해 1분기 6으로 플러스(+) 전환됐다. 마이너스는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것을, 플러스의 경우 그 반대를 의미한다.
실제로 부동산 거래도 연초에 활발해진 분위기다. 지난해 하반기 대출이 막히면서 억눌린 수요가 연초 규제 완화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까지 더해지며 부동산 시장이 일찌감치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인 잠실 아파트의 경우 작년 12월에는 대출이 막혀서 부동산 매물들이 거래가 안 되고 쌓여있었는데, 1월 들어 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며 “1월 들어 대출이 풀리고 금리가 점차 하락하면서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도 1월에 신생아 대출이 풀리면서 상반기에 아파트 거래가 늘었는데, 3~5월에 집중됐었다”며 “올해는 대출 규제 완화에 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서 한 달가량 더 빨리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초 시중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대출 문턱을 낮췄다.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취급 제한을 푼 게 대표적이다. 은행에서 모기지보험 상품을 적용할 경우 차주의 대출 한도는 최대 5500만원 늘어난다.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한도도 풀거나 없앴고,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갈아타기도 재개했다.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거치 기간 규제를 완화했다. 거치 기간이란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갚는 기간이다.
대출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기준금리는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금리다. 가산금리는 은행의 업무원가, 법적비용 등을 반영한 금리로, 은행의 대출 수요나 이익 규모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되면서 시장금리가 떨어졌고, 여기에 최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SC제일은행, IBK기업은행 등 은행들이 가산금리도 낮추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72%였다. 전월(4.79%)보다 0.07%포인트(p) 떨어지며 다섯달만에 하락했다.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이 이제는 기준금리 인하 부분을 (가산금리에)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언급하면서 향후 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하반기 대출 규제 강화 방안도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라 상반기 내 내집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할 계획이다. ‘스트레스 DSR’이란 대출 한도 설정 기준인 ‘DSR’에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 정도를 더한 지표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차주들의 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6∼16%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성장률 내 대출 총량 규제’라는 금융감독의 대원칙도 올해 그대로 적용한다. 대출 추이에 따라 작년처럼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대출 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른 시중은행 자산관리 관계자는 “7월에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되면 대출받을 수 있는 총액 자체가 줄어들고,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어렵게 된다”며 “주택을 매매할 때 2~3개월 정도 잔금 치를 시간을 두는 것을 고려하면 조만간 부동산 거래가 집중적으로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을 경우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가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고정금리는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상품을, 변동금리는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상품을 말한다. 현재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는 고정금리 상품보다 1%포인트(p) 안팎으로 높은 상황이다.
한 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지금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차이 정도면은 향후 3년 안에 기준금리가 1%포인트 떨어진다면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택했을 때 이자가 같아지는 것”이라며 “하지만 전망 예측이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는 지금 당장 저렴한 고정금리로 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단 고정금리 상품의 절대적인 금리가 낮다”며 “나중에 변동금리가 더 떨어져서 고정금리보다 낮아진다고 하면 대출을 갈아타면 된다. 지금은 금리가 낮은 것에 고객들이 메리트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