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에 판 뒤집힌다?” 한국 금리 인하 가능성↑

28~29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연준 ‘기준금리 동결’ 시사해 온 가운데
트럼프의 인하 압박 통할지 여부 관심
2월 한은 금통위서 금리인하에 무게


오는 28~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연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 [AP/뉴시스]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다음주로 예정된 올해 첫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국내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외환시장은 물론 금리, 물가, 증시 등이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다.

특히 딱 한 달 뒤 기준금리 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은 FOMC가 내놓을 메시지에 안테나를 예민하게 세우는 모양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오는 28~29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정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앞서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데다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해 왔다. 연준도 이미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는 점은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 화상으로 참여해 “(연준에)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같은 날 집무실에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적절한 시기에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는 연준이 금리 인하 요구에 응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압박에 연준의 기조가 달라질 경우 1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으로서는 통화정책 운용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양국 금리차 확대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다만 파월 의장의 독립성 의지가 강한 만큼 금리 동결 기조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준을 흔들 만한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2월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는 있지만 미국의 금리 동결은 한은의 인하 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양국 간 금리 차가 벌어지면 환율은 물론 물가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의 금리 동결 직후 30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결정까지 뒤따르면 달러화 강세 흐름은 증폭될 가능성이 커진다.

환율 불안은 시장의 거센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도 한은이 1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주된 요인이었다. 지난해 말 장중 148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1월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직전까지만 해도 1460~1470원대를 오갔지만 최근 들어 1430원대로 떨어졌다. 다만 기본적인 달러화 강세 환경이 지속되면 원화 가치 불안정성 위험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분석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기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환율 변동성이 국내 물가와 금융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연준의 행보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내 정치·경제적 불안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겹친 상황에서 시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4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주요한 대외여건 변화 요소의 하나로 연준의 금리 결정을 지목하고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니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춰달라”고 임직원에게 당부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이 원장은 오는 30일에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FOMC 기준금리 결정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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